롯데가 반납한 인천공항공사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두 구역의 입찰설명회가 20일 성황리에 끝났다. 면세업계는 입찰금액과 패널티, 혹시 모를 제약 등을 감안하며 입찰 준비를 위한 수싸움에 들어갔다.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관리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양한 셈법을 계산 중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오후 2시 청사에서 입찰설명회를 열어 입찰 기준과 방법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에 이어 면세점 장소 투어를 실시했다. 이날 사업권을 반납했던 롯데는 물론 신라, 신세계 등 면세 빅3와 한화갤러리아, 현대백화점, HDC신라, 두산 등 국내 면세사업 기업들이 참여했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와 듀프리글로벌 등 외국계도 이름을 올려 흥행을 실감케 했다.
이번 입찰설명회에 참여해야 다음달 23일과 24일 양일간 입찰 신청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관심 있는 업체들은 모두 참여했다. 특히 이번에는 면세점 투어도 실시돼 공항점에 입점하지 않은 신규 사업자의 경우에도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인천공항공사가 재입찰로 내놓은 부지는 면세사업권 DF1(향수·화장품)부문과 DF8(탑승동 전품목) 부문을 묶은 한 구역과 DF5(피혁·패션) 한 구역 등 2곳이다. 입찰금액은 DF1+DF8 구역이 1601억원, DF5는 406억원으로 책정돼 롯데가 사업권을 따낼 때와 비교하면 각각 70%수준,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임대기간은 롯데가 내놓은 사업권 잔여기간이 아닌 5년이어서 면세업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입찰은 공사가 사업제안 평가점수(60점)와 가격평가(40점)을 합산해 2개 사업자를 선정해 넘겨주면 관세청의 특허심사위원회가 1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변수는 사업권을 포기했던 업체에 대한 패널티다. 사업제안서 평가항목에는 최근 5년간 면세점 운영경험과 출국장면세점 사업 수행의 신뢰성 등이 들어 있다. 공항면세점 운영기간인 5년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감점이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경영상태 및 운영실적 분야에서 감점항목이 3~4점 정도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찌 될지 안갯속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는 이번 공항면세점 2곳에 대한 사업권 반납으로 감점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2016년 김해국제공항 철수,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사업권 철수 등으로 감점이 예정돼 있다.
신라의 경우 철수 이력이 없기 때문에 빅3중에서 가장 유력한 사업자다. 다만 신라는 현재 인천공항 제1터미널 서편에서 화장품·향수 사업권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가 갖고 있던 DF1을 가져갈 경우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해 독과점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시티면세점은 앞서 인천공항공사에 공문을 내고 "인천공사의 입찰공고상 화장품 향수 품목의 경우 이를 운영하고 있는 특정사업자가 낙찰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신라면세점이 화장품 향수 품목을 추가 낙찰받을 경우 시장점유율이 90%가 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신라면세점은 "두바이나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국제공항에서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화장품·향수 부문을 복수의 사업자로 두지 않고 신라에 단독으로 주고 있다"며 "입찰을 통해 전문성 높은 기업에게 안정적인 사업권을 주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입찰에는 최소입찰금액이 낮아지면서 사업권을 반납했던 롯데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시내면세점에서 발을 넓히면서 공항면세점 운영 경험이 있는 신세계도 적극적으로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 시내면세점만 운영하는 업체들도 면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입찰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금액이다. 감점이 되는 사업자의 경우 금액을 그만큼 높게 설정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평가기준에서 40점을 차지하는 최저수용금액을 어떻게 써낼지도 치열한 수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롯데가 앞서 사드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채 너무 센 금액을 불러 '승자의 저주'로 사업권을 반납하게 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한 금액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마다 정보를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 등 면세업계 간 심리 싸움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