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태, 또 일어날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사태, 또 일어날 수 있다"

기사승인 2018-04-24 09:19:28

사회가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에 들썩이고, 대중이 사건에 놀라고 함께 분개하는 이유로 일련의 문제가 예방 가능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해야 이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가운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이상일 교수가 지난 20일 대구에서 열린 대한소아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당초예정에는 없다 학회 수일 전 급히 마련된 ‘의료관련 감염관리 개선을 위한 특별 강연’에 나서며 의료사고의 예방가능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는 “입원환자 10명 중 1명은 의료사고를 경험한다. 그 중 사망환자의 비율은 7.4%, 여기서 예방 가능한 비중은 43.5%에 이른다. 국내에서만 2013년 기준 연간 약 1만9000명의 생명이 덧없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전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들의 희생은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이고 연쇄적으로 반응해 일어난 결과로 알려졌지만, 지금도 많은 수의 환자들이 병원체계나 의료진의 잘못, 정책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고통 받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의료관련감염은 불완전한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환자 스스로 이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배우고, 끊임없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유하며, 위험을 방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병원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고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곳이기에 위험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인들도 개인마다 경험과 지식, 숙련도가 다 다르다. 따라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한다. 그 첫째가 보고”라고 말했다.

경미한 사건이라도 철저한 보고와 분석, 전파가 이뤄져야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처벌이나 문책보다 상을 주며 장려해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에 환자안전사고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일들이 줄고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사건이 터졌을 때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를 찾아야 한다. 병원은 항상 위험에 노출된 곳이기 때문에 누군지를 찾아 혼내고 벌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가 반복되지 않고 실수나 오류를 방지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생명의 위협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교수의 발표에 학회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모두 공감의 뜻을 표하며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관련 사법당국의 올바른 판단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모금을 통한 지원이나 전문가적 지위를 활용한 법정에서의 변호에 나서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감염관리수가와 같은 직접적 안전관련 수가는 물론 휴일가산, 약제수가, 간호사 수가 등 인력확보를 위한 환경개선비용에 정부가 나설 수 있도록 ‘임시보험위원회’를 개설하는 등 전공분야를 넘어 공동대응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얼마전이 세월호 4주기였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계기이며 지금도 문제해결을 위한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선박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면서 “공공의료와 안전에 대한 사회적 문화형성을 위해 임상현장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나서서 선제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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