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주변 지열발전소의 유체 주입에 따른 ‘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했다.
고려대는 이진한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2017년 규모 5.4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 평가’ 논문이 세계 3대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실렸다고 26일 전했다.
연구팀은 지진학과 지질학, 지구물리학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포항을 강타했던 규모 5.4의 지진은 지열발전소 유체주입으로 인해 일어난 유발지진, 즉 사람에 의해 발생한 지진이라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소가 땅 밑으로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진을 초래했다다는 것이다.
지열발전소는 땅속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데, 포항 지열발전소의 경우 EGS 방식을 사용한다. 시추공(주입정)을 지하 4∼5㎞까지 뚫어 물을 넣고 압력을 가하면 물이 땅속의 갈라진 틈을 따라 흘러가며 데워지는데 이를 다른 시추공(생산정)으로 뽑아 올려 발전하는 시스템이 EGS다.
연구팀은 전진과 본진의 발생 위치와 지열발전을 위해 만든 생산정, 주입정의 위치·깊이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단층대에 직접 유체가 주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현재 포항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국내·외 석학 14명으로 꾸린 정밀조사단을 가동 중이다. 정부 조사단마저 유사한 결론을 낼 경우 정부는 정신적·재산적 피해 등을 감안해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에 이르는 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