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만든 계란으로 보건의료난제란 바위 깨겠다”

“돌로 만든 계란으로 보건의료난제란 바위 깨겠다”

기사승인 2018-05-03 13:47:06

“문재인 케어, 의료전달체계, 저수가 등 보건의료 주요 현안들의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 앞의 벽이 너무 버겁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합니다. 포기하라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계란을 바위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 저력으로 바위로 계란을 만들어 뚫어봅시다.”

1000개가 넘는 병원, 50만명에 달하는 병원인들의 최선두에서 대한병원협회를 홍정용 회장에 이어 이끌어갈 임영진 경희대 의무부총장 겸 경희의료원장이 3일 39대 협회장으로 취임하며 남긴 말이다. 그리고 바위계란으로 보건의료계가 직면한 난제들을 풀어가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 발언은 선언이자 곧 계획이었다.

실제 임영진 신임회장은 협회 발전의 동력은 임직원의 이해와 화합, 소통이며, 미래를 대비하는 길은 전문성과 상생을 위한 존중과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화합하고 소통해 내밀한 조직을 만들고, 존중과 협력으로 정부와 함께 미래정책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임 회장은 “지식을 뜻하는 놀리지(Knowledge), 화합의 하모니(Harmony), 행동의 액션(Action)으로 내강외강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병원협회의 약자인 KHA로 만든 3행시를 선보이며 취임식날부터 산하 미래정책위원회에 과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심지어 협회 산하 특별위원회인 미래정책위원회를 지목하며 급변하는 외부환경과 다가오는 미래를 병원협회가 선도할 수 있는 전문화된 정책을 구상,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남북 간 평화분위기에 발맞춘 의료지원방안 등을 함께 고민하자고도 주문했다. 회장단 또한 직접 현안을 챙기고 발로 뛰며 함께 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취임사를 마치며 임 회장은 “의료계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국민건강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땀과 노력, 희생으로 일 해온 의료계가 폄하되고 매도되고 있다. 의료의 패러다임은 변하고, 사회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의료계의 창조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변화를 선도적으로 대응해 나가자는 뜻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임영진 회장은 임기가 시작된 지난 1일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상설·특별 위원장 및 부위원장으로 구성된 집행부를 확정했다. 임원 구성은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회무의 연속성과 전문성, 화합과 포용을 핵심가치에 부합한 인선이었다고 자평했다.


실제 회장직을 두고 경선을 벌였던 민응기 강남차병원장이 신설된 보험 부회장에 이름을 올렸고, 이송 중소병원협회장(서울성심병원장)을 새로 만들어진 정책부회장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젊은 병원장들을 부위원장에 대거 기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병원과 직역을 포용해 소통·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협회 내부에서는 업무의 연속성을 이유로 연임된 인사들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임 집행부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내부 직원들의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인사가 포함돼 임 회장이 내세운 내부결속을 흐릴 수 있다는 전언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누구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내부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결제라인의 혼선이나 성과급 수령문제, 직원 사기저하 등 여러 문제들의 중심에 선 인물이 연임돼 신임 회장의 뜻이 희석될까 우려된다”는 말을 남겼다. 

이에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관계를 앞에 두고 내부결속을 통한 전진을 강조한 임 회장이 일련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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