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의료계, 힘 실리는 문재인 케어

흔들리는 의료계, 힘 실리는 문재인 케어

병협 ‘화합’ 선언에 의협, 나홀로 ‘투쟁’?… 의사들, 강경투쟁 반대하기도

기사승인 2018-05-04 01:00:00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의 강한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의 추진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의료계 내부는 의견차를 보이며 분열하는 모습이다. 이에 정책 추진이 보다 급격히 이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3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정치적 편향과 의료공공성에 대한 의식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난하며 문재인 케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더해 대한병원협회 39대 회장으로 취임한 임영진 경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3일 취임식에서 문재인 케어 등 당면하는 과제들을 직접 언급하며 “너무나 버겁고 극복하기 힘든 장벽”이라면서도 “화합과 화해, 포용과 신뢰를 마음에 새기며 문제를 헤아리고 해결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취임에 앞서 이뤄진 전화인터뷰에서는 “상대방이 누구든 고심해 내놓은 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경청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만 나온다”면서 “무조건적인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특히 컴퓨터단층촬영(CT) 급여화 사례를 들며 “급여화 당시 반대가 심했지만 비싸서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서민들이 보다 저렴하게 찍을 수 있게 됐고, 진단이 빨리짐에 따라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져 양질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었다”면서 “(문재인 케어도)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굉장히 좋은 의료제도라는 점에서 정부의 추진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임 회장도 정부가 그간 취해온 선시행 후보정 방식이나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에는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는 “(문재인 케어도) 사회적 협의를 통해 검증을 받으며 의료기관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해 국민에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기관도 떳떳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막연히 적정수가 보상을 언급하며 동참을 독려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비급여의 급여화 등 문재인 케어의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시범사업 등을 통해 현장에 적용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 정책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협상의 마지막은 항상 희생과 양보가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협상하고 손해를 덜 보려고만 하면 소탐대실이 된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의 존재이유인 국민을 생각해 서로 줄 수 있는 것을 주고받아야 한다”며 지금 의사협회가 취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임 회장처럼 소통과 협업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의사협회 내부에서도 다수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의사협회는 전국에 분포한 대표자격 의사들의 문재인 케어에 대한 뜻을 하나로 모아 투쟁력을 높이고자 ‘전국의사대표자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최대집 집행부 의도와 달리 강경하기만 한 대응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3개로 나뉘어 진행된 분과 토론장 중 한 곳에 참석한 한 의료계 인사는 “3분의 2에 가까운 의사들이 선동적인 전면반대보다는 문 케어에 대한 효과적 대처에 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의사협회 집행부를 비롯해 강력한 투쟁을 통해 그간 희생하고 손해만 강요받았던 울분을 풀어내려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만큼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추진 행태만 거둔다면 함께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도 많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실제 지난 2일 최대집 회장 취임에 앞서 열린 1차 상임이사회에서도 당초 최 회장이 강경 투쟁의 한 방안으로 제안했던 수가협상 불참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 관련 안건이 부결되거나 유보돼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와 관련 한 의사협회 임원은 “(상임이사회 결정처럼) 합리적으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며 보건당국의 양보가 전제된다면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와 국민이 우려하는 극단적인 대립이나 행동으로 국민건강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의료계 내부 움직임과 기류 변화 때문인지 의사협회가 요구한 것처럼 병원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려는 모습에서 한 발 물러나 대화와 협력을 촉구하며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에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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