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우려 여전한 보건의료빅데이터

개인정보 유출우려 여전한 보건의료빅데이터

외부정보 결합문제, 사후거부권, 연구평가위원회 등 추가논의 요구도

기사승인 2018-05-05 07:13:56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들을 연계해 공공적 목적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민사회·환자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의 소유주체가 누구냐는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비식별화의 허술함, 공익적 연구의 범위, 정보유출에 대한 방안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거론됐다. 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공개되고 철저히 관리돼야한다는 주장이다.

보건의료·시민사회·노동단체는 최근 공동 입장문을 통해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공중보건, 공익적 연구, 임상 치료 영역에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단체는 “공공적 가치보다는 산업적 활용을 전제로 하고, 그 성과가 공공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선순위가 뒤바뀐 방식”이라며 “활용 효과와 효용의 불확실성과 비교해 정보인권 침해 가능성과 윤리적·사회적 문제, 건강불평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고 우려했다.

개인정보의 수집 및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에서 정보주체인 환자에게 별도의 동의도 받지 않고, 산업적 활용을 전제로 활용범위를 확대·산정한 것은 개인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그로 인해 돌아올 효용보다 상업적 편향으로 인한 건강불평등 심화 등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단체는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위한 법 및 제도 정비 ▶보건의료데이터 제공 및 활용 통제를 위한 연구평가위원회와 같은 협의체제(거버넌스) 구축 ▶정보주체의 사전·사후 거부권 등 정보인권 보호장치 마련 ▶투명성 및 시민참여 보장된 신중한 접근 등을 요구했다.

환자단체도 며칠 후 “건강정보의 주체는 환자”라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들 단체의 주장에 더해 법률적 근거확보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과 개인 건강정보 보안을 위한 비식별화 강화 및 재식별화 규제·처벌 규정 마련, 시범사업의 목표 및 활용범위 명확화를 요청했다.

특히 점차 늘어나는 유전정보의 경우 일부만으로는 의미가 없어 암호화나 비식별화가 불가능하고, 유출될 경우 피해 가능성이 큰데 반해, 보관 및 제3자 제공이나 이를 거부할 권리가 환자에게 충분히 주어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공공 목적의 정책개발이나 조사를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또한 큰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은 진료기록이 작성과 보관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수기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고, 폐업 시 기록이 유실되는 경우도 많다”며 서식 및 작성 표준화와 함께 보관과 활용에 대한 기준마련도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오상윤 의료정보정책과장은 “시민사회, 노동자, 환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공공적 목적에 부합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며 요구를 충분히 검토해 정보 유출 및 오용 방지를 최우선가치에 두고 시범사업을 잠정적으로 하반기부터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분야 빅데이터 활용방안과 함께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개인 특정이 가능해지는 등 정부의 정보 비식별화 조치가 무력해질 수 있다거나 비식별 정보의 재식별화 기술발전 등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오 과장은 “지금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적이 없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고 그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검토해 봐야하는 시기”라며 “정보보호를 전제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가명화 등 높은 기술적 안전장치를 마련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보건의료연구원(NECA)를 중심으로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질병관리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의료정보를 공공적 목적에 부합할 경우 제공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자에게 제공될 정보를 사전에 부석,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가공하고, 정보제공에 따른 위험정도를 평가해 제공여부를 결정하는 심의기구를 설치해 인적·물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방안이나 정책방향 전반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학계·의료계·전문가·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 논의기구를 설치하고, 일련의 시범사업과 향후 정보활용을 위한 특별법 형태의 법적·제도적 기반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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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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