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방송된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는 할리우드 배우 딥 로이에 대한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005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에는 원색의 화려한 복장을 하고, 유쾌한 노래와 현란한 춤을 선사하는 165명의 움파룸파 족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움파룸파족을 연기한 것은 단 한 명의 배우였다.
그는 케냐 태생 인도계 배우 딥 로이. 실제로도 그의 키는 132cm였다. 지난 1957년 출생한 딥 로이는 태어나자마자 연골 무형성증으로 인한 왜소증 진단을 받았다. 이는 2만5000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나는 병이었다.
당시 할리우드에 왜소증을 가진 배우는 많았지만, 그들이 맡은 역할들은 대부분 광적이고 잔인하거나 희화화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딥 로이는 야심차게 할리우드에 출사표를 던졌고, 1976년 첫 영화에 캐스팅되며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그 역시 암살자 연쇄 살인마 유전자 조작 생명체 영장류 등의 역할만을 연기해야 했다. 그럼에도 딥 로이는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딥 로이는 팀 버튼 감독 영화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 영화는 영장류가 인류를 지배하는 내용의 '혹성탈출'이었다. 비록 그는 꼬마 고릴라로 출연했지만, 자신이 나오는 장면에서만큼은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이후 딥 로이는 팀 버튼 감독에게 새로운 배역을 제안받았다. 그 역할이 바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움파룸파족이었다. 특히 팀 버튼 감독은 움파룸파족의 얼굴이 모두 똑같다는 설정을 추가, 그 혼자 움파룸파족을 연기하길 원했다. 심지어 165명의 움파룸파족을 제각각 따로 연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즉 그가 한 번 연기한 것을 컴퓨터 작업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1인 다역처럼 각각 다르게 촬영한 후 한꺼번에 모아 표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딥 로이는 영화 촬영 전부터 유연한 몸을 위한 필라테스는 물론, 다양한 춤 동작을 습득하고, 가수만큼의 노래 연습을 한 후 촬영에 돌입했다. 다른 출연 배우들보다 수백 배가 걸린 촬영 시간. 그렇게 완성된 165명의 움파룸파족은 비슷한 얼굴이지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모두 다르게 표현됐다. 그 결과 딥 로이라는 이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