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지율 80%를 넘나들고있다. 그렇다면 국회의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여당은 청와대와 잡음 없이 야권 공세 대응에 전념하고 있다. 야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한국당)은 지난 6일 조건없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의 차별성을 내보이지 못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평화당)은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지만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속앓이 중이다.
▲악재 극복하고 '문풍(文風)' 탄 더불어민주당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의석수가 과반에 미치지 못해 초반 난항이 예상됐다. 원내 1당이지만 121석으로는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민주당 지지율도 40~50%를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민병두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드루킹 파문 등 악재도 있었다. 그러나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악재를 무난히 극복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 눈치 보느라 당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다. 청와대는 끝까지 김 전 원장을 비호했고 민주당은 이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정의당 마저 등을 돌렸다. 결국 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원장의 후원금을 위법으로 판단, 민주당이 수세에 몰린 꼴이 됐다. 비판이 실종된 당청관계를 두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3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전한 비판은 소금과 같다"고 지적했다.
▲곡기 끊기까지…'드루킹' 총공세 돌입 자유한국당
지난해 5월 조기 대선으로 급작스럽게 여당에서 야당으로 위치가 바뀐 한국당. 1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지지율 10%대에 갇힌 지 오래다.
한국당은 드루킹 파문으로 여세를 몰아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드루킹 특검 조사를 요구하며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3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단식 농성장에 피자가 배달되는 등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천 과정에서 '사당화' 논란이 불거지며 4선 중진인 강길부 의원이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구설도 문제다. 홍 대표는 지난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김정은의 신뢰도가 77%에 달한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가 될랑가 모르겠다"며 남북정상회담을 깎아내렸다. 같은 날 홍 대표는 민중당원을 향해 "창원에는 빨갱이가 많다"고 발언, 검찰에 고소당했다.
지방선거에서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일례로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지율 난조 극복을 위해 신선한 이미지의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홍정욱 헤럴드 회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후보로 거론됐으나 모두 고사했다. 결국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6.13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지난달 11일 한국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존재감은 어디에?…막막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모이고 해친 끝에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 창당됐다. 석 달이 지났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당의 표정은 어둡다. 답보 상태인 지지율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남북정상회담, 드루킹 파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한국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고민 끝 내놓은 해결책은 철야농성 카드였다. 8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는 "우리도 한국당처럼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당에게 이미 선수를 빼앗긴 마당에 선명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이에 당은 결국 9일 오전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가 논의, 철야농선 중단을 결정했다.
'당의 간판' 격인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달 4일 출마 선언을 하며 조기 등판 했다. 그러나 '안풍'(安風)은 미지수다. 지난 8일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평화당은 '호남정신'을 내걸고 야심 차게 창당했지만 존재감이 미약하기는 마찬가지다.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마저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에 애를 먹고 있다. 평화당은 고육지책으로 지난달 2일 정의당과 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를 위한 의원모임'을 출범했다. 그러나 4,5월 임시국회가 연달아 파행하며 존재감을 뽐낼 기회를 잃었다.
다만 정의당 지지율은 '깜짝 상승'했다. 정의당이 민주당, 한국당을 이어 정당 지지율 3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CBS 의뢰로 지난달 30일과 이달 2~4일 전국 성인 200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 포인트)를 벌인 결과다. 정의당 지지율은 처음으로 바른미래당을 앞섰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이는 50대, 20대, 진보층 일부가 결집한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