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장소, 총회의장 불신임 등을 놓고 내부 갈등을 빚어온 대한약사회가 우여곡절 끝에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었다.
대한약사회는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약사회관에서 2018년도 제64회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이전 개최시기에 비해 2개월 가까이 늦게 열린 이날 총회에서는 여전히 집행부와 대의원 의장단 간의 갈등이 느껴졌다.
이러한 부분은 특히 문재빈 총회의장의 개회사와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의 인사말에서도 드러났다. 문재빈 대한약사회 총회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기대의원총회가 제때 열리지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열려 대의원 및 회원께 불안과 혼란을 드린점에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총회의장은 “대의원 만나기까지 참 어려웠다. 약사회에 유래없는 상황에 총회가 열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에 많은 밤잠을 설쳤다”며 “정기총회가 못 열리는데 회원들의 많은 질타가 있었다. 약사회 정상화에 대한 애정과 열망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열망과 애정이 파행에 빠질 수 있었던 정기총회를 구해낼 수 있었으며, 정관에 따른 절차에 따라 정총을 열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생각하는 바, 주장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상호신뢰와 존중 속에 소통이 중요하고, 약속한 법칙과 절차에 따라 회무를 진행해야 한다”며 “오늘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넓은 혜안을 모아 달라. 지난 정기총회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오늘 회의에서는 배려와 신뢰로 약사회를 위해 힘을 모으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어찌됐든 제 부족함으로 총회가 많이 지연된 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임기 마지막 대의어총회는 약사사회의 당면한 현안을 시급히 해결하고, 발전에 부응하고자 하는 저의 충정을 의장단에서 이해하고, 협조해주기로 결단함에 따라 열리게 됐다. 대의원의 넓은 이해심과 회원들의 약사회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가운데 소집하게 돼 더욱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약사사회 발전을 위한 진통으로서 더욱 진일보한 약사회를 낳기 위한 산고로 기억될 것이다. 생각과 이해가 다름으로 해서 벌어지는 마찰음은 일견 갈등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생산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회무역량 집중을 위한 조언과 질타는 결국 약사회가 회원을 위한 조직으로 사명을 읽지 않도록 하는 채찍임을 잘 알고 있다. 그간 저와 집행부를 향한 모든 우려와 성원은 약사회를 위한 격려인줄 알고 감사함으로 갚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제도와 정책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막중한 책임이 회장인 저에게 있다. 당장 최대 현안인 수가협상이 모래부터 시작된다. 수가협상이 회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 또 편의점 판매약 품목확대 저지, 한약사 일반의약품 판매문제 해결, 불용재고약 반품 법제화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외 문케어 등 새정부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대비와 협조가 필요한 시기이며, 약사직능 폄훼 시도에 한시도 맘을 놓을 수 없는 엄중한 상황 항상 느끼고 있다”며 “남은 임기 혼신을 다해 약사사회를 위해 대의원의 성원과 격려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또 “화합의 시대이다. 약사사회도 화합해야만 한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갈등을 이어간다면 이는 약사직능의 자멸을 초래할 뿐”이라며, “갈등 봉합하고 어렵게 개최되는 총회가 다시 하나 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언을 보면 우여곡절 끝에 정기대의원총회가 열릴 수 있었던 이유가 다르다. 문재빈 총회의장은 “(약사회) 정관에 따른 절차에 따라 개최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집행부가 정관과 절차를 어겨 총회장소를 변경하려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조찬휘 회장은 “저의 충정을 총회의장단이 이해와 협조키로 결단함에 따라 열리게 됐다”며 의장단이 자신의 의지를 받아줘 정기총회를 열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은 이번 정기총회로 인한 갈등이 “생각과 이해가 다름으로 해서 벌어졌다”며 정관상의 문제아 아니었음을 에둘러 밝히기도 했다.
이 문제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긴급동의안으로 올라온 신성숙 윤리위원장에 대한 이사 및 상임이사 해임 동의안을 두고 집행부와 다수 대의원 간 언쟁이 벌어진 것이다.
집행부는 한사람을 죽이려 하는 음모라고 지적한 반면, 동의안을 낸 대의원쪽에서는 총회를 파행으로 이끈 책임을 져야 한다며 표결을 강하게 주장했다.
분위기가 치열해지자 한 참석 대의원은 “서울시약과 대약이 패갈이 하는 것 같은데 누구하나 잡자는 것인가. 몇 명이 모여 1층, 2층 잘하는 짓이다”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