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을 향한 주변의 시선이 싸늘하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져만 가는 분위기다.
당장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와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케어 반대 간담 및 공동서약식, 직후 이뤄진 의협의 브리핑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날 의협의 행태는 정치적인 예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집권여당을 우롱하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민주당에서 보건복지를 전담하고 있는 관계자는 “의협이 앞서 간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이 없다. 브리핑에서 각 정당에게 간담 등을 요청했고, 한국당에서 가장 먼저 응답해 자리를 가지게 됐다는 것은 거짓”이라며 “공식적인 간담 요청도 한국당과의 서약식을 가진 14일 인편을 통해서였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으로 심각한 결례를 범한 것이다. 더구나 여당과 정책협의를 하겠다며 그날 문재인 케어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야당과 공조해 선언하는 것은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여당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여 비난했다.
더 뉴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문재인 케어의 대안에 대해서는 “책자로만 보면 문재인 케어와 다른 점이 없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논의할 주제”라면서도 “정부와 문재인 케어와 같은 안을 전달하고 같이 논의하자더니 며칠 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다”며 의협의 태도에 대한 답답함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문제는 집권여당만의 시선이 따가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정협의체 운영 재개에 합의한 후 일련의 행동을 취하는 것에 대해 어떤 의도가 깔려 있는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은 16일 “더 큰 몫을 위한 의사협회 집단행동 정당성 없다”며 “국민의 요구와 무관한 특정 직능의 이권과 결부된 왜곡된 관점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고 제1야당의 대표가 이에 동조하는 모습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면서 공동서약과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협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본질을 왜곡하는 선동적 언동을 중단하고 국민 편익과 직결된 정부정책을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경고의 말도 전했다. 또, “국민의 지지를 받아 시행되는 제도가 전문가 집단의 반발에 가로막혀 퇴보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면서 복지부의 강경한 태도와 결단을 촉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일련의 판단과 주장에 대해 의사협회는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 민간 중심의 현행 보건의료체계에서 기형적 의료사회주의체계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문재인 케어와 비급여의 급여화는 대단히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의사의 교육과 수련, 의료기관의 설립 등 모든 것을 개인에게 맡겨놓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를 시행해 진료만 국가와 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으며, 통제 또한 손해만을 강요하는 체계로 더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말이다.
최대집 회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모두를 급여화 하겠다는 정책으로 그대로 진행되면 의사의 자유는 하나도 없어진다. 모든 의료행위를 국가의 통제를 받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이 같은 문재인 케어를 찬성하다는 것은 신분제와 노예제도 찬성해야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도 “당연히 조금씩 이뤄져야한다. 의협도 보장성 강화에 찬성한다. 누가 약화시켜야한다고 주장하겠느냐”면서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서 의료계와의 충분하고 긴밀한 협의를 거쳐 현실성을 갖춰 단계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