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MBC 새 월화극 ‘검법남녀’의 연출을 맡은 노도철 PD는 지난 1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와 같이 말하며 새롭게 시작되는 MBC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MBC 드라마는 최근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 하고 있다. ‘검법남녀’의 전작 ‘위대한 유혹자’는 MBC 드라마 역대 최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종영했고 수목극 ‘손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또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작품성 면에서도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 전작들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왕국’ MBC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노도철 PD는 MBC 드라마의 침체기를 파업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제작 기간이 긴 드라마의 경우 다른 프로그램 보다 파업의 여파가 오래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파업이 종료된 만큼 MBC 드라마가 곧 다시 일어설 것이고, 예전의 명성을 찾으리라 확신했다.
침체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일까. MBC는 지난주 월화극과 수목극을 모두 새롭게 시작하며 분위기 쇄신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각각 다른 장점을 지닌 ‘검법남녀’와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MBC 드라마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 MBC 최초 시즌제 드라마 꿈꾸는 ‘검법남녀’, 유쾌한 흐름은 좋지만…
지난 14일 베일을 벗은 ‘검법남녀’는 의외로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가 눈에 띈다. 수사극이지만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고 빠르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은근한 웃음 코드도 돋보인다. 이런 부분은 노도철 PD의 특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군주-가면의 주인’ 등 정통 드라마를 주로 연출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노 PD의 대표작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나 ‘두근두근 체인지’로 기억하는 이유다.
‘검법남녀’에서 눈여겨 볼 것은 단연 캐릭터다. 제작발표회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캐릭터 위주로 서사를 진행하는 것은 미국 드라마와 닮았다. 각종 해외 드라마와 케이블 드라마로 빠른 속도감과 개성 있는 인물에 익숙해진 젊은 시청자 층을 포섭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금수저’ 출신의 해맑은 검사 은솔(정유미), 부검에 미친 괴짜 부검의 백범(정재영)은 입체적인 설정 덕분에 극의 재미를 불어 넣는다. 앞으로 이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팀을 이루게 될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파렴치한 재벌3세의 에피소드를 다룬 지난주 14일 15일 방송분의 시청률은 5.1%(1회 닐슨 수도권 가구 기준), 7.8%(4회) 기록하며 점차 상승세를 보였다. 전작에 비해선 괄목할만한 수치다. 오는 21일 방송될 5회 에피소드의 프롤로그를 4회 마지막 부분에 공개하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에도 성공한 듯 보인다.
다만 설명에 의존하는 수사 과정이나 단편적인 연출은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최근 한국 드라마 시청자가 ‘미드’뿐 아니라, 잘 만들어진 한국 수사 드라마를 몇 편이나 접했다는 것을 제작진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 멜로와 스릴러 부드럽게 넘나드는 ‘이리와, 안아줘’, 입소문 탈까
신예 주연에 대한 우려의 눈초리가 많았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우려가 기대로 바뀐 눈치다. 지난 23일 시작된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는 배우 장기용과 진기주를 주연으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두 배우가 모두 드라마 첫 주연이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방송분이 과거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처음과 끝을 장식한 장기용과 진기주의 연기는 합격점이었다. 장기용의 아역인 남다름과 진기주의 아역 류한비 또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배우 허준호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윤희재 역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드라마가 애틋한 멜로와 섬뜩한 스릴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었던 것은 단연 허준호의 공이었다.
장면에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곳곳을 돌며 촬영했다는 제작진의 노력은 완성도로 이어졌다. 벚꽃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길과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윤희재의 집 등은 드라마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지난주 방송 후 “재미있다”라는 평이 많아 향후 시청률을 기대해 볼만하다. 하지만 곧 같은 시간대에 SBS ‘훈남정음’ tvN ‘김비서가 왜그럴까’ 등이 시작되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듯 보인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