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모바일 게임, 어디로 가고 있나

[게임 로그인] 모바일 게임, 어디로 가고 있나

기사승인 2018-05-19 13:00:00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소수의 특정 장르 게임들이 장악하고 있다.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등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들이 매출 정상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지금도 상위권에 있는 ‘리니지2 레볼루션’이 출시된 2016년 말부터 이어져왔다.

‘대작’ 모바일 게임의 등장은 해당 게임사의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견조한 실적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는 긍정적 효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M을 선보인 지난해 연매출에서 모바일 게임 비중이 56.56%(9953억원)로 치솟았고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비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의 성장세를 보였다. 펄어비스도 1분기 755억원의 매출에서 절반 이상이 2월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에서 발생, 전년 동기 대비 98% 성장했다.

다만 모바일 게임의 발전 추이를 두고 보면 마냥 반기기는 어렵다. 구글 플레이 기준 매출 1~4위를 비슷한 플레이 방식의 MMORPG 장르가 독점하는 쏠림 현상이 계속되다보면 참신한 신작은 어차피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반사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최근 차별성 있는 그래픽과 캐릭터, 액션으로 인기를 끈 바 있는 ‘붕괴3rd’는 업데이트 이후 50위권 밖에서 단숨에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5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위권 이하 매출 격차가 상위권에 비해 매우 적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상위권 MMORPG 외에 확실하게 인기를 끄는 타이틀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매출 5위부터는 고전적 전략 게임과 장기 서비스 중인 수집형 RPG, 웹보드게임 등 전형적인 모바일 게임 장르가 주로 포진하고 있다. 격차가 좁다보니 업데이트에 따라 기존작의 가파른 순위 상승‧하락도 반복된다.

매출 지표뿐 아니라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참신한 신작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불만이 자주 나온다. 붕괴3rd 이후 벽람항로 등 수입 타이틀이 있었지만 특정 취향의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한계를 지녔고 샌드박스형 ‘듀랑고’와 같은 새로운 시도도 결국 마니아층에 의존해 연명하게 됐다.

동시에 ‘대세 게임’인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등 이용자 일부도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한 반복 활동 외에 즐길 거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플레이 자체의 즐거움보다 육성 등 목표 달성을 통한 성취감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PC 온라인 게임 시장도 상위 2~3개 게임이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은 비슷하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까지 참신한 기획과 게임성을 앞세운 작품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 개발에서의 다양한 시도는 높은 하드웨어 사양과 복잡한 조작을 지원하는 PC 플랫폼 특성 덕분에 가능했고 게임 특화 플랫폼이 콘솔의 경우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에 비해 모바일 게임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조작 방식과 디스플레이, 성능 차이 등 때문에 현재까지 개발된 다양한 게임 형태를 모두 품지 못했다. 최근 비약적인 기술 발전으로 그래픽 수준이 크게 향상됐고 구현이 어려웠던 MMORPG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액션, 슈팅, 레이싱 게임은 PC‧콘솔의 그것과 격차가 컸다.

‘모바일 게임답게 단순해야 한다’는 공식이 자리를 잡은 단계는 게임 플랫폼으로써의 발전 과정에서 정체기로 평가된다. 단, 최근에는 이를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반가운 가능성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먼저 최근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모바일 버전 출시가 고무적이다. 기존 모바일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슈팅 장르일 뿐 아니라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타이틀인 만큼 대중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을 팽창시키고 더 많은 개발 시도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들 두 게임은 각각 원작을 충실하게 모바일로 옮겨 앞서 제기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펍지와의 협업을 통해 텐센트가 그간 쌓은 모바일 개발 역량으로 원작의 게임성을 온전하게 이식하는 데 성공, 글로벌 시장에서 한‧중‧일을 제외하고도 DAU(일간이용자수) 1000만을 기록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포트나이트는 ‘언리얼’ 엔진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직접 만든 만큼 단순 이식‧최적화에 그치지 않고 PC‧콘솔 버전과 크로스플레이까지 지원하는 ‘플랫폼 초월’ 사례가 됐다. 이를 통해 모바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단서를 보여준다.

한층 더 복잡한 게임의 모바일 이식 시도도 이뤄진다. 최근 게임빌이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레이싱 게임 ‘프로젝트 카스 GO’가 주인공이다.

슬라이틀리매드스튜디오가 개발한 PC판 프로젝트 카스 시리즈는 실제 차량과 레이싱 서킷, 물리법칙 등 극도의 사실성을 추구하는 레이싱 시뮬레이션 장르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최고 수준의 정밀한 그래픽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의 모바일 환경에서는 구현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아직 대략적인 출시 일정조차 나오지 않아 예상이 어렵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PC 게임의 정점에 있는 양대 슈팅 게임에 이어 고도로 발전된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까지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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