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몰락이 시작됐다”

“의료계의 몰락이 시작됐다”

길거리에 퍼진 의사들의 절규, 시민들의 냉소

기사승인 2018-05-21 03:00:00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경고했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전면전을 각오해야할 것이라는 으름장도 더했다. 

21일 서울시청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여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 추진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의사들만의 궐기대회를 넘어 전국민 운동으로 확대시켜나가겠다”면서 “부디 3차 궐기대회가 열리지 않길 바지만, 만약 열린다면 각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흥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진료현장은 규제와 벌금, 구속, 처벌, 소송, 면허취소라는 올가미와 덫으로 가득한 지뢰밭이 돼버렸다”면서 “1년간 발의된 의료관련 규제법안이 하루에 하나씩 발의되고 있다. 누가, 무엇이 우리를(의사를) 환자와 진료실로부터 떼어놓느냐”고 반문하며 의료계의 몰락이 시작됐음을, 그로 인해 의사들이 새시대를 위한 전쟁을 시작했음을 선포했다.


이 같은 선언에 궐기대회에 참여한 1만여 의사들(경찰추산 7000명, 협회추산 5만명)은 뜻을 같이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강요된 저질의료 국민건강 무너진다”, “환자위한 최선진료 국가가 보장하라”, “사람이 먼저인 시대 국민건강이 기본이다”, “생명이 우선이다 의료재정 확충하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청와대 100m 앞에 위치한 효자치안센터 거리까지 행진도 이어갔다. 몇몇 의사들은 유모차를 끌거나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의사의 생존권과 진료자율권,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청와대로의 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의사라는 자격을 갖춘 이들은 절박한 심정을 담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청와대 앞을 가득 매운 의사들은 대통령을 향해 “참담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의사들이) 이 자리에 서 있다”면서 “문재인 케어는 의약분업이 그랬듯 또 하나의 대국민 사기극이다. 약사들의 일자리가 늘고 안정적 수입만 보장됐을 뿐 국민들은 불편해졌고, 건강보험재정 지출은 증가했다”는 평가를 목청껏 외치며 그들이 느끼는 암담함을 전했다.


이어 “(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을 밀어붙이던 사람들이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의 달콤한 약속을 믿지 못 한다”면서 “현행 수가를 정상화하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이 순서다. 일단 빼앗고 나중에 주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죽을 수도 있는 길로 등을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며 문재인 케어가 수가정상화를 가장한 가장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백진현 전라북도의사회장은 대통령에게 전하는 건의문을 낭독하며 의료행위가 건강보험 급여의 대상이 되는 순간 ‘환자치료’가 아닌 ‘건강보험 재정의 절감과 유지’가 우선적 목적으로 바뀌는 의료제도의 고질적 문제, 일명 ‘심평의학’이라 불리며 교과서가 아닌 획일화된 규격진료에 내몰리는 현실을 꼬집었다.

특히 심평의학을 “세계 의학계가 인정하는 과학적 근거보다 상위에 위치하며 절대적 신앙처럼 군림한다”고 평가하며 이를 벗어나는 순간 ‘부당한 의료행위’를 저지른 비양심적 의사로, 때론 ‘범죄자’로 매도되는 현실에서 최선의 진료를 위한 의사들의 노력과 희생이 무시되고 폄하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이 같은 정부와 정책의 위협에 등 떠밀려 절벽에 도달한 의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사람이 먼저’라고 천명한 대통령의 국정운영철학처럼 이 순간에도 생사의 선을 넘나들고 있는 중환자들, 분만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아 해매는 산모들, 주당 80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는 의사들을 정책시행에 앞서 먼저 고려해주기를 간청했다.

안치현 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들의 요구는 제대로 교육받아서 배운대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국민설득이 필요하다면 의사와 함께 국민을 설득하고 건강을 지키는 것, 의사들이 문제를 이야기하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내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이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의사들이 요구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폐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업무의 투명한 공개 및 적폐 청산 ▶‘(가칭) 국민 100세 시대를 위한 의료개혁 위원회’ 설치를 통한 병폐 해소 3가지가 집단이기주의의 산물이라는 평가도 포함돼 있었다.

의사들의 가두집회를 바라본 한 시민은 “결국은 돈 아니냐”면서 “의사들이 환자와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양심에 손을 얹고 얼마나 환자와 국민들을 생각하고 위해왔는지, 자기들의 요구에 환자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먼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적어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집회에 반대하며 참석하지 않았던 익명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의 가두집회 행태에) 할 말이 없다. 돈 달라고 집단적으로 때 쓰는 격”이라며 “부끄럽다”고 내심을 밝혔다. 이어 “적정수가를 달라지만 원가가 얼마인지, 수입·지출을 공개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문제가 생겨도 감추려고만 한다. 먼저 드러내고 반성하고 바꾸자고 해야한다”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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