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오후 풍계리 핵시설 폐기행사를 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구성된 남한을 비롯한 5개국 취재진은 이날 오후 풍계리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한은 핵실험장에 추가적인 숙박시설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이날 오후 핵실험장 폐기 시도에 무게가 실린다. 또 북측 관계자 역시 전날 오후 원산에서 남측 취재진을 만나 “내일(24일) 일기 상황이 좋으면 (핵실험장 폐기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상조건도 이날 핵실험장 폐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사이 일기조건을 고려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었다. 기상정보업체 웨더닷컴에 따르면 풍계리 지역의 날씨는 24일은 강수확률 0%로 맑다. 25일은 강수확률이 70%로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채체인 38노스는 21일(현지시각)에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서쪽 갱도와 북쪽 갱도의 폭파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공사가 거의 완료됐고, 전망대로 연결되는 도로도 추가로 정비됐다"고 밝혔다.
앞서 남측 공동취재진 8명 등은 전날 오후 7시 북한 원산역에서 특별열차편으로 풍계리로 향했다. 취재진은 원산에서 총 416㎞ 떨어진 재덕역까지 12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이동한 뒤 그곳에서 21㎞가량 떨어진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차량 및 도보로 이동할 예정이다. 버스로는 4시간, 다시 2시간 등산이 필요하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시내에서 약 43km 떨어진 만탑산 계곡에 위치해있다. 현재 풍계리에는 4개의 갱도가 있다. 이 중에서 1차 핵실험에 사용하고 오염으로 폐쇄된 1번 갱도와 2∼6차 핵실험에 사용한 2번 갱도를 제외하고 3번과 4번 갱도는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취재단은 북한이 마련한 전망대에서 갱도 폭파 과정을 참관할 예정이다. 핵실험장 폐기는 외무성 공보에서 밝힌 대로 갱도 폭발에 따른 붕락(崩落: 무너져 떨어짐)으로 갱도 입구 완전 폐쇄→지상 관측 시설과 연구소 경비 구분대(區分隊) 구조물 철거→핵실험장 폐기와 동시에 경비 인원 및 연구사 철수→핵실험장 주변 폐쇄의 순차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방침이다.
다만 이날 핵실험 시설 폐기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현지에 인터넷 등 기사전송 인프라가 제공되지 않는 만큼 국내에 소식이 전달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외신 기자단 중 한 명인 윌 리플리 CNN 기자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취재진이 풍계리 현장에서 곧바로 외부로 기사를 송고하거나 사진을 찍어 보낼 수 없도록 휴대전화나 인터넷 접속 장비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알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안전과 보안 문제로 참석이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