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M피부과, 의료관련감염 판례경향까지 바꾸나

이대목동·M피부과, 의료관련감염 판례경향까지 바꾸나

2000년대 후반, 감염관련 의료기관 과실인정 20%… 증가할까

기사승인 2018-05-25 01:00:00
“병원감염은 그 발생원인 및 감염 경로가 다양해 아무리 철저한 감염관리체계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현대의학기술 상 불가능하다.”

2017년 8월 17일, 서울고등법원이 2012년 7월 9일 요추 5번부터 천추 1번 사이 추간판 탈출증으로 수술 받은 A씨가 의료관련감염사고를 의심해 제기한 소송에서 내린 판결문의 일부다. 그리고 법원이 2000년 후반부터 의료관련감염에 대해 판단하는 기본적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판결 경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의사이기도 한 유화진 변호사(유화진법률사무소)는 24일 열린 대한의료관련감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의료관련감염의 예방과 법적책임’을 주제로 발표하며 의사들을 향해 경고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미숙아 4명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지질영양주사제를 맞고 연이어 사망한 이대목동병원 사건이나, 판토에아 아글로메란스균에 오염된 수면마취제 등으로 인해 30명이 집단패혈증을 일으킨 강남M피부과 사건으로 법원의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 변호사는 기존 판례들을 소개하며 “2000년 초반부터 감염이 핵심쟁점이었던 판례들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에는 의료기관의 과실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후반부터 감염관련 의료사고에 대한 과실 인정비율은 약 20%로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앞선 판결문에서처럼 의료관련감염의 예방 및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대목동병원 등 근래 감염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법원의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을 완벽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감염관리실 설치 및 운영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감염예방을 위한 교육이나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치가 정확히 신속하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향이 강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덧붙여 “현행법상 환자에게 주어진 의료사고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대표적인 예가 감염사고”라고 설명하며 대법원 판례상 모든 기록이나 관리체계운영, 예방 및 대처 등이 의사의 책임 하에 이뤄지는 만큼 의사의 입증책임을 요구하는 만큼 감염사고에 대한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최대한 기록 등으로 남겨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해 사법당국의 구속조치와 검·경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등을 근거로 사건이 유 변호사의 전망과 유사한 방식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보고 우려를 표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한다”면서 “사고를 유발한 의료진을 처벌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죄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겠지만 희생양을 찾듯 개인에게만 죄를 묻는 것은 의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사법당국을 향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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