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수가’ 두고 醫-政 관계악화

‘적정수가’ 두고 醫-政 관계악화

기사승인 2018-06-04 11:51:24

의료기관 등의 2019년도 의료서비스 비용을 결정하는 수가협상이 6월 1일 새벽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과 치과는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적정수가’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협상을 수행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1일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수가협상의 부당성과 적정수가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국민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무시됐다는 이유다.

특히 20조가 넘는 건강보험재정이 적립금으로 쌓여있는 상황에서 쓰러져가는 병·의원의 경영상황은 도외시하고, 문재인 케어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납득할 수 없는 인상률을 고집하며 동등한 조건에서 성실한 수가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협상의 대상이며 흥정할 수 있는 것이냐”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간호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근로환경과 생존까지 위협받게 만든 착취행위이자 국민건강에 대한 가치를 형편없이 낮게 치부해버렸다. (협상결렬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어 “현행 (협상) 구조와 틀, 방식을 전면 개혁해야한다”면서 “우리나라 GDP 대비 의료비 수준은 OECD 평균보다 턱없이 낮다. 재정부족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초저수가를 방치하는 행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조속히 최소한 원가수준으로 정상화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 대통령은 분명히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복지부 장관, 건보공단 이사장도 수가보상에 대해 낙관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협상장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이 모든 말들이 거짓이라는 사실”이라며 “기만하고, 농락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또한 “적정수가 약속은 어디로 갔냐. 대국민 허언인가, 건보공단이 대통령 약속을 거역한 것이냐”면서 “이번 수가협상 과정을 통해 일차의료를 살려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그저 말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침통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의사협회는 수가협상장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현행 수가가 원가의 70%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100% 달성을 위해 향후 4년간 해마다 7.5%의 수가인상률을 보장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제시한 최종 인상률은 2.7%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적정수가보장과 이번 수가협상은 구분해서 봐야한다”며 “의료계의 주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선택진료 폐지 등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발생하는 손실들은 다른 방식으로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의과대학 교수도 “적정수가에 대한 문제는 원가보상률부터 짚어봐야 하는 문제”라며 “의사협회는 70%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90%로 추정한다. 2017년 기준 약 16조원에 달하는 차이가 발생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근거 없이 무작정 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점유율 하락,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심각한 경영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민간의료기관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 만큼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는 “투쟁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됐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의정실무협의를 비롯해 환자대행청구(의료기관의 진료비 사후 청구) 중단, 전국의사 총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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