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하나’ 돼 환자안전 성토

전공의들, ‘하나’ 돼 환자안전 성토

기사승인 2018-06-07 14:23:56

의사이자, 학생이며, 동시에 노동자인 전공의들(인턴 및 레지던트)이 집단행동에 나선다. 보다 안전한 의료환경에서 환자들이 진료 받고, 안정된 교육환경에서 수련을 받으며, 합리적인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개선해나가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 연쇄사망사건 이후 안전이 무시돼온 의료 환경과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돼온 현장에서의 불합리함,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의사들에 대한 사법당국 및 사회의 ‘범죄자’라는 낙인에 더는 숨죽이지 않겠다는 저항이기도 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안치현, 이하 대전협)가 주도해 전국 1만6000여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만들어진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이하 전공의노조)은 출범선언문에서 “더 이상 그 누구도 전공의에게 의무와 책임만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피교육자·노동자라는 정체성 정립 및 권리와 의무 이행 ▶부당한 처우와 과도한 책임만 전가하는 수련환경 개선 ▶환자의 권리 존중과 환자-의사관계 저해요인인 모든 제도와 환경 개선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노사문화 조성 ▶새로운 병원문화 정착 및 국민건강증진을 선언했다.

나아가 7일에는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과대학, 이대목동병원 등 전국 24곳의 수련병원에서 온라인 집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들은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불거진 의료환경의 문제들과 사회적 인식에 대해 짚어보고, 환자와 전공의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뜻을 모았다.


안치현 대전협회장(사진)은 이 자리에서 “1명의 전공의를 위해서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꿔야하기 때문에 모였다”면서 “전공의가 알 수 없는 혐의로 몰린 지금도 환자는 위험에 노출돼있다. 이 현실을 바꾸고 환자도 우리도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서두를 땠다.

이어 “잘못된 관행으로 이득을 보고, 상황을 방치했던 이들은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환자를 지키려던 의료진만 범죄자로 몰렸다”면서 “비현실적 의무를 강요하고, 매도하는 현실에 좌절했다. 이대로라면 수많은 관행은 고쳐지지 않은 채 환자가 위험에 빠지면 전공의는 불가능한 혐의로 다시 범죄자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집담회 개최 취지와 결의문을 낭독했다.

결의문에는 ▶환자를 안전히 보살필 수 있도록 전공의 당 환자수를 낮춰줄 것 ▶전공의들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수련환경을 마련할 것 ▶진짜 환자 안전을 위한 명확한 수련업무지침을 만들어 줄 것 ▶환자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라잡아 줄 것 총 4가지 요구사항이 담기기도 했다.

근로환경을 개선하겠다며 환자수나 업무량은 바뀌지 않은 채 근무시간만 80시간을 줄어들어 역효과만 자아내는 규정, 적절한 사전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돼 환자를 두려워하는 현실, 불가능한 의무가 아닌 진짜 환자의 안전 확보, PA나 무분별한 삭감 등 잘못된 의료제도 등의 개선이 이뤄질 때 환자가 안전하고 의사가 떳떳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전공의들은 “잘못된 환경 속에서 홀로 최선을 다한 동료가 법정에 서게 된 지금, 이제 우리 전공의는 함께 모여 보다 안전하고 올바른 의료를 만들어내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요구한다”면서 한 목소리로 사회와 의료계에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연대사를 통해 “잘못된 의료환경을 바꾸기 위해 전국의 전공의들이 모였다”며 “당사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소중하다.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의료환경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를 흔히 높은 임금에 좋은 직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 보이는 실제 모습은 과도한 노동강도와 업무시간, 말 한마디 못하는 억압된 분위기에 놓여있다”며 “폐해와 폐당, 불법적 행위 강요, 잘못된 의료구조 등을 내부에서부터 고쳐나가자”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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