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진료받은 환자가 실손보험처럼 보험금 청구?

건강보험 진료받은 환자가 실손보험처럼 보험금 청구?

의사협회, ‘선불제’ 만지작… 복지부, “현행법상 불가” 단칼

기사승인 2018-06-08 05:00:00

건강보험진료를 받아도 실손보험처럼 환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금을 청구해야한다는 의사협회의 ‘선불제’ 주장에 복지부가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먼저,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지난 5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전국 의료기관 총파업(휴진)에 앞서 ‘건강보험 선불제 투쟁’을 진행하자는데 뜻을 모으고 같은 날 오후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현행 진료비 지급방식은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할 경우 환자는 진료비 중 환자본인부담금만 의료기관에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서 부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삭감이 이뤄진다. 

이에 의협은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과정에서 의학적 기준보다는 복지부 급여기준 고시를 우선하는 심사평가방식의 부당성과 공단부담금 지급까지 2개월 이상 소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기관의 금전적 부담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 문제를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과서나 의사의 양심에 따른 진료가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침이나 고시에 의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알리고 진료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선불제 투쟁을 하려는 것”이라며 “실손보험형태의 지불체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불제 투쟁은 진료비를 먼저 받는 것이기에 사회적 가치나 인권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며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하고 동참할지 모르지만 많은 충돌도 예산된다. 내부적으로 의견을 충분히 조율해 최대한 국민 불편이 없도록 진행하려고 한다”고 추진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의협의 이 같은 시도는 시작도 하기 전에 좌절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선불제 자체가 불법이자 처벌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 1항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비용 청구는 의료기관 만을 주체로 규정하고 있어 환자의 직접 청구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더구나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외 추가금액을 요구할 수 없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선불제를 도입해 공단부담금을 환자에게 요구할 경우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해석돼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선불제는 건강보험법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적 요구”라며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의협은 뜻을 굽히지 않을 모양이다. 정 대변인은 “법의 태두리 안에서 의견을 제시해 교정하겠지만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 현행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려 한다면 실력행사까지 갈 수 있다”며 6월 중 온라인 비상총회를 열고 전국 시도의사회장 등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뜻을 물어 파업을 포함해 선불제 투쟁의 추진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어 그는 불법성 여부에 대해 거듭 묻는 기자들에게 “불법 여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현행법 태두리에서 최대한 진행하겠지만, 의료계 명분이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도 있다”고 말해 불법 투쟁의 가능성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 의료계 내부의 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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