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시리즈가 돌아왔다. 문을 닫은 ‘쥬라기 공원’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쥬라기 월드’(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이후 3년 만이다. 공원을 넘어 섬 자체를 지상 최대의 공룡 테마파크로 만든 영화 ‘쥬라기 월드’는 ‘어벤져스’를 꺾고 전 세계 역대 흥행 5위에 오를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은 어떨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전편에서 일어난 소동으로부터 3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쥬라기 월드’의 무대였던 이슬라 누블라 섬은 전편에서 일어난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 탈출 사건으로 폐쇄됐고, 지금은 공룡들만 사는 섬이 됐다. 하지만 섬에 있던 화산이 폭발해 공룡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전편의 사건을 겪은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결국 공룡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섬으로 향한다.
‘쥬라기’ 시리즈가 반복해온 특유의 패턴이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부활한 공룡들을 중심으로 화려한 테마파크를 만드는 평화로운 순간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우연히 발생한 작은 사고가 커져 결국 공룡들을 제어할 수 없게 된 인간들이 헬기나 배를 타고 그곳을 탈출하는 서사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지자 마치 신이라도 된 듯 우월주의에 빠진 인간들의 일면을 꼬집는 이야기다. 1993년 첫 선을 보인 ‘쥬라기 공원’부터 2015년 ‘쥬라기 월드’까지 공룡 테마파크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렇게 폐쇄와 재개장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제 테마파크는 없다. ‘폴른 킹덤’이라는 부제에서 예상할 수 있듯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스스로 만든 왕국을 무너뜨린다. 공룡들은 인간들과 함께 섬을 탈출해 새로운 공간에 도착한다. 도착한 곳은 바로 우리들의 집이다. 수많은 실패에도 끝내 반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인간들은 여전히 이익을 쫓고 공룡들을 애완동물처럼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 믿음은 아주 작은 사고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결국 자신들의 목숨을 집어삼키는 걸 두 눈으로 지켜보게 한다.
무대가 바뀌니 장르도 바뀌었다. 공룡에게 쫓기던 자연 그대로의 섬은 비일상의 공간이었다. 섬에서 벌어지는 공룡과의 추격전과 숨바꼭질은 오직 ‘쥬라기’ 시리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모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간들이 사는 일상의 공간에 공룡들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공포 스릴러가 됐다. 인간들이 오가던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에 나타난 공룡들은 이전보다 더 무섭고 강력해 보인다. 화산이 폭발하는 섬에서 탈출하는 전반부와 대저택에서 소동이 벌어지는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오랜 기간 반복해온 관습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시도는 충분히 인상적이다. 반대로 아쉬운 점도 있다.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고민과 철학을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한 것이 문제다.
‘쥬라기’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늘 공룡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누구보다 공룡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무섭고 제어하기 힘든 생물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도 공룡을 이해하거나 소통하려 한다. ‘쥬라기 월드’에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과 교감해온 랩터 무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선택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편에서 테마파크의 시스템을 총괄했던 클레어는 뜬금없이 공룡들을 멸종위기에서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룡 보호 연대’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자신들을 수도 없이 죽을 위기로 몰아넣은 공룡들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태도가 어디서 나온 건지도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실소를 자아내는 주인공들의 좌충우돌을 지켜보다보면,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 분투하는 감독-제작자들의 모습과 어리석은 영화 속 악인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6월 6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