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이대목동병원 사건 책임공방

시작된 이대목동병원 사건 책임공방

변호인들, “기소 전제부터 틀렸다”… 역학조사결과, 경찰조사 모두 부정

기사승인 2018-06-11 16:59:34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4명의 아이들이 90분 이내에 연달아 사망한 사건의 책임을 따지는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재판은 시작과 동시에 소송가능여부부터 따지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안성준)는 11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기소된 의료인 7명의 피의자에 대한 공판을 시작했다. 당초 사건은 서울남부지법 단독판사에게 배당됐지만 검찰 등의 집중심리 요청에 따라 합의부로 이관됐다.

문제는 합의부 첫 공판인 이날 안성준 부장판사가 재판의 성립근거이자 신생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분주과정에 대한 변호인들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사실관계 및 인과관계 규명에 나설 뜻을 비쳤다는 점이다.

앞서 신생아중환자실장인 조수진 이대목동병원 교수의 변호인인 이성희 변호사는 “사망환아별 임상경과를 보면 지질영양제 투여 전 이미 3명의 환아에게서 패혈증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면서 역학적 인과관계에 대한 몇몇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의 기소근거인 분주과정에서의 오염과 감염관리 미흡의 전제가 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결과의 정확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 만약 변호인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전제가 무너져 검찰의 기소이유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안 판사는 검찰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증거조사 과정에서 사망원인과 인과관계가 크게 다퉈지겠지만 변호사가 공소사실의 전제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주사제 오염이 특정행위에 의해 오염됐다고 하면 그 행위의 과실여부만 따지면 공소관계가 어렵지 않다.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이라며 검찰과 변호인들에게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변호인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결과보고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보고서를 비롯해 검찰의 기소근거를 깨기 위한 자료들을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아울러 조사과정에서의 진술을 포함해 사건 전반에 걸친 사실관계를 재확인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보통 재판부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는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철저히 준비해 검찰의 기소전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할 계획”이라며 “재판부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첫 공판 소감을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에게 6월 말일까지 심리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변호인들의 심리계획 의견서를 받아 오는 7월 11일 오전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2차 공판에서는 의혹이 제기된 역학조사 등의 사실관계와 의료인들의 주의의무위반 여부에 대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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