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가능성 다분한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을 건보공단이?

불법 가능성 다분한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을 건보공단이?

기사승인 2018-06-14 17:12:57

고령화 및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다수의 약물을 복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약사회는 오는 7월부터 올바른 의약품 복용을 위한 약사가 가정으로 방문에 중복처방 및 약물부작용 방지를 위한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 이하 건보공단)은 지난 8일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 이하 약사회)와 함께 노인인구, 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른 투약 순응도 향상과 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한 시범사업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은 진료내역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울 도봉구와 강북구, 중구, 중랑구, 인천 부평시와 남구, 경기도 안산시와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며 고혈압·당뇨·심장질환·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를 선정, 올바른 약물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투약관리 사업을 통해 중복처방, 약품의 금기, 과다투약 등 약물오남용 대상자에게 올바른 약물의료이용 지원서비스 제공으로 질병악화 예방과 약물에 대한 이차 약해사고 예방으로 국민 건강수준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이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는 사항으로 의약분업제도 자체를 파기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1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약사가 임의로 환자의 의약품 투약에 개입하고 의사 본연의 일인 처방에 간섭하고, 문진 등 불법의료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다분해 오히려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직역간 갈등과 혼란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분업 도입 취지가 의약품의 과잉 투약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의약품의 소비를 감소시켜 약제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이었음을 고려할 때,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은 실패한 의약분업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방상혁 상근부회장도 2017년 기준 3조8480억원, 약국당 1억7700만원 가량의 조제관련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추가로 수가를 제공하며 방문약사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재정낭비라고 강조했다. 

처방받은 약에 의한 부작용 등 약화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진찰받은 병의원에 문의하는데다, 병의원에서 약국에서 조제 받은 약을 다시금 점검하고 복약지도를 하는 상황에서 방문약사제도는 건강보험재정 낭비이자 의약분업 취지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의협은 진정 국민의 건강과 편익,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해서라면 ‘선택분업’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의약분업 재평가위원회를 조속히 구성, 운영할 것을 함께 주장했다. 

여기에 건보공단이 방문약사제도와 같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태로운 시점에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망각하고, 방만히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의 건강보험공단 관리감독 강화도 요구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의협의 이 같은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의약분업은 전문의료인인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진단해 환자에게 적합한 의약품을 처방하고 약사가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투약하는 것으로 시범사업이 의약분업을 침해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시범사업은 공단의 적정투약관리업무 일환으로 투약순응도 향상을 위해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잘못된 약 사용을 교정해주는 것”이라며 해당 지역 의사회 및 학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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