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씨는 딸과 아들, 동생들도 있는 건강보험가입자로, 지난 5월 초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서울소재 대학병원인 B병원에 입원했다. 검사결과 위장관 출혈이 확인돼 20여일간 입원하며 치료를 받았다.
Y씨에게는 입원당시 알리지 않았던 말기 암이 있었다. 검사과정에서 병원은 암을 확인하고 Y씨에게 알렸고, 그 또한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Y씨를 부양해야할 가족은 전화조차 하지 말라며 치료에 따른 진료비 납부를 거부했다.
이에 병원은 갈 곳도, 진료비를 납부할 능력도 없다는 Y씨의 이야기에 서울역 등 쉼터를 비롯해 요양병원이나 요양보호소 등을 알아봤다. 하지만 가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받아주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공하는 각종 제도의 도움도 받지도 못했다. 결국 병원은 미납확인서에 Y씨의 서명을 받은 후 퇴원시켰고, Y씨는 1층 로비에서 안내직원의 도움을 받아 사설응급차를 불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떠났다.
최근 Y씨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병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갈 곳도 지불능력도 없는 말기의 암환자를 경영상 이유로 퇴원시켰고,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병원이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부양을 거부한 가족들을 비난하는 목소리와 함께 국가의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Y씨와 같이 실질적인 부양가족은 존재하지 않지만 법적 혹은 서류상의 관계 등으로 인해 제도의 사각에 존재하는 이들이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갑작스러운 의료비지출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대상과 내용이 확대된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이나 ‘긴급의료비 지원사업’,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암 치료비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Y씨는 이들 3가지 사업 모두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Y씨는 의료급여 혹은 차상위계층으로 분류되지 못했고, 부양가족들이 있는 건강보험 가입자였다.
따라서 입원환자의 경우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연소득 대비 본인부담 의료비 총액이 20%를 초과하는 경우 정부에서 입원 및 외래진료를 포함 연간 180일, 20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대상은 ‘가구의 연소득 대비 본인부담의료비 총액의 20%’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서류상 부양가족들이 내는 건강보험료에 의해 사실상 독거노인 혹은 행려환자로 분류돼야할 Y씨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긴급의료비 지원사업의 대상도 아니었다. 지원기준은 월 소득 기준 차상위 계층의 150%이거나 재산기준 8500만원 이하 혹은 금융재산 300만원 이하로 해당됐지만, 긴급하게 수술 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암 치료비 지원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암 치료비 지원사업의 경우 국가 암조기검진사업을 통해 암을 발견한 신규 암환자나, 건강보험료 하위 50% 이하로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간암, 대장암을 앓고 있는 환자여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B병원에 따르면 Y씨는 일련의 정부 및 지자체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병원 내 사회복지팀이 쉼터를 비롯해 각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모두 지원대상이 아니거나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Y씨를 받길 거부했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할 것이 없는 상태인데다 20일 이상 계속 입원을 했기에 퇴원을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본인이 119를 불러달라고 해 주거지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국립중앙의료원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무연고자나 행려환자, 무위탁 환자 등의 경우 요양할 수 있는 곳을 연계하지만 갈 만한 곳을 알아봤음에도 다들 거부해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고 퇴원 후에도 요양병원 등 연락을 계속하는 중이었다”면서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정책의 사각에 존재하는 환자들을 모두 떠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정책의 실패를 언급했다. 아울러 “문재인 케어에서 주장하는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가 이런 모습이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최근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필수의료의 시각차에 대해 이야기 하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 3인실 상급병실료 급여화가 시급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제도의 사각에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먼저 살피고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만 부양가족이 존재하는 사실상 무위탁 독거노인 등 정책의 사각이 존재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면서 부족함을 시인하면서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덧붙여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계획을 세우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보다 빠르게 시기를 당기거나 대상범위 등을 조절할 수 있을지 추가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Y씨는 상세가 악화됐었지만 치료 후 회복해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문제가 된 진료비 등은 사회사업팀을 통해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노숙자이거나 자립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연계하는 사업들이 있다”며 “공공의료 진료와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시일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