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조별예선 첫 경기가 열렸습니다. 대표팀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후반 17분 스웨덴에게 PK를 내주는 바람에 아쉽게 1-0으로 패했습니다.
경기장 밖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습니다. 이번 월드컵 중계권을 획득한 지상파 3사가 스웨덴전을 동시에 생중계한 것이죠. 이날 40.9%(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자가 대표팀의 첫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과연 시청자들이 3사 중 어느 채널을 고를지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세 방송사는 모두 월드컵을 여러 번 경험한 선수 출신 해설위원을 내세웠습니다. MBC는 안정환, KBS는 이영표, SBS는 박지성을 해설위원으로 발탁했습니다. 안정환 위원과 이영표 위원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 차례 월드컵 중계를 경험한 적 있고, 박지성 위원은 중계진으로 처음 치르는 월드컵입니다.
장외에서 펼쳐진 시청률 대결의 승자는 이영표 해설위원이었습니다. 이영표 위원의 KBS는 17.0%의 시청률로 타 방송사를 제치고 가장 많은 시청자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특유의 분석 능력과 안정감 있는 해설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해설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박지성 위원의 SBS는 12.5%로 2위를 차지했고, 안정환 위원의 MBC는 11.4%로 3위를 기록했죠.
모든 세대가 KBS를 선택한 건 아닙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2049 타깃 시청률에서는 SBS가 10.4%(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박지성 위원의 해설을 들으며 축구를 봤다는 얘기죠. MBC는 10%를 기록하며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지켰습니다. 반면 KBS는 2049 타깃 시청률에선 7.4%에 머물며 3위로 쳐졌습니다. 전 세대 시청률과는 전혀 다른 결과죠. 높은 연령대에서 KBS를 강하게 선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월드컵 중계진의 성적표는 매 경기마다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에서는 KBS가 3.3%로 1위를 차지했고 MBC, SBS가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18일 0시 열린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에선 SBS가 6.6%로 1위에 올랐고, MBC, KBS는 2, 3위에 머물렀습니다. 각 경기의 성격과 시청자들의 관심도에 따라 시청률 성적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죠.
아직 대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앞으로 월드컵 조별예선 두 경기를 더 치르게 됩니다. 24일 0시 멕시코전, 27일 오후 11시 독일전이 펼쳐집니다. 낮은 확률이지만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더 많은 경기를 치를 수 있겠죠. 과연 시청자들은 다음 경기, 그 다음 경기에서도 이영표 해설위원을 선택할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