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중수부장)의 모습이 미국에서 포착됐다.
미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유에스에이(MissyUSA)’에 19일 “(이 전 중수부장이) 미국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아내랑 딸이랑 밥을 먹는다”는 글과 함께 사진 2장이 올라왔다. 사진 한 장에는 이 전 부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가족과 식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글을 올린 게시자는 “기다려보니 이 차를 타고 간다”며 그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의 모습도 찍어 올렸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논두렁 시계' 의혹을 언론에 흘린 인물로 지목된다. 지난해 10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인 국정원 간부가 지난 2009년 4월21일 이 전 부장을 만나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음날 KBS는 ‘명품시계 수수 의혹’을 보도했다. 또 SBS는 지난 2009년 5월13일 "고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가 자기 몰래 1억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받아 보관하다가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10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이 전 중수부장은 지난 2015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논두렁 시계 보도 등은 국정원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팀은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국정원의 당시 행위는 빨대(언론의 익명 취재원을 의미하는 속어) 정도가 아니라 공작수준에 가깝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중수부장은 지난해 11월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논두렁 시계’ 사건을 재조사하자 9년 동안 다니던 로펌을 그만두고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전 중수부장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 조사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 주장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