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60)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논두렁 시계’ 사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작품으로 검찰과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부장은 25일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원 전 원장은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지난 2009년 4월22일 KBS의 ‘시계 수수 의혹’ 보도 배후를 국정원 대변인실로 특정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그동안의 보도 경위를 확인해봤고 그 결과 해당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하여 이루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가 나갈 당시 원 전 원장 고교 후배인 김영호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 등과 저녁 식사 중이었다”면서 보도 내용을 알고 원 전 원장에게 항의할 생각을 했다고도 회고했다.
그는 “(국정원 간부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야단을 쳐서 돌려보냈는데도 결국 이런 파렴치한 짓을 꾸몄다. 정말 나쁜 X다. 원 전 원장님은 차관님 고등학교 선배 아니냐. 원 전 원장에게 내가 정말 X자식이라고 하더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같은해 5월13일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의 SBS의 보도를 두고도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소행으로 의심된다”며 “그간 국정원의 행태와 SBS 보도 내용, 원 전 원장과 SBS와의 개인적인 인연 등을 고려해 볼 때 SBS 보도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해당 보도가 나가고 10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전 부장은 지난 2015년에도 “논두렁 시계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국정원의 당시 행위는 빨대(언론의 익명 취재원을 의미하는 속어) 정도가 아니라 공작수준에 가깝다”고도 발언했었다.
이 전 부장의 갑작스런 해명은 지난 19일 그가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모습이 포착, 언론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미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유에스에이(MissyUSA)’에는 “(이 전 부장이) 미국 버지니아주 애넌데일 한 중국 음식점에서 아내, 딸과 밥을 먹는다”는 글과 함께 사진 2장이 올라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