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MRI 급여화 ‘첫발’, 9월 시행은 ‘글쎄’

뇌 MRI 급여화 ‘첫발’, 9월 시행은 ‘글쎄’

기사승인 2018-06-26 12:59:27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상복부초음파에 이어 추진하려는 뇌·뇌혈관 MRI검사 급여화 첫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회의는 논의에 참석한 대다수가 만족하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해야했고, 9월 시행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 25일 회의가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별관(국제전자센터) 대회의실에는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을 필두로 한 정부관계자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등 2개 단체 7개 학회 보험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복지부의 MRI(자기공명영상촬영)검사 급여화 추진계획과 방향, 향후 논의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후 브리핑에 나선 손영래 과장은 “복지부와 심평원, 학회, 의협과 병협이 모두 모여 서로 의견을 확인해보는 자리였다”면서 “서로의 생각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요약했다.

이어 손 과장은 “대원칙은 MRI 급여를 통해 지금의 수가총액을 다 보상하겠다는 것”이라며 “MRI 검사가격(원가)과 급여화로 인한 추가적인 손실분이 없도록 하고 종별, 진료과목별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방안을 논의를 통해 마련하겠다”면서 의사협회가 요구한 3가지 사항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의협은 문재인 케어와 관련 의-정실무협의체가 운영 중인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의 일환인 MRI검사 급여화 논의가 개별 학회와 이뤄지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관련 5개 학회와 복지부 간의 간담회를 취소시키고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의협은 복지부에게 ‘협상창구 단일화’를 요구해왔고, 이날 복지부가 이를 수용한 셈이다. 여기에 이날 논의과정에서 제시한 ▶의료기관 현장에서의 경영상 문제 최소화 ▶현실을 반영한 건강보험 급여기준 이외의 비급여 인정범위 확보를 제안했고 받아들여졌다.

정성균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협상과정에서 전문학회 의견을 의협에서 조율해 협의하는 ‘협상창구 단일화’를 복지부도 수용했다. 현장에서의 가장 큰 걱정인 경영상 손실과 급여화 후 삭감과 같은 논란을 최소화하자는 것에도 동의했다”면서 이날의 협상결과에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날 회의를 정부가 의협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협에게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기는 고도의 협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의협과 정부 모두 만족할 수준의 회의였다는 것.

실제 의협의 경우 협상창구 단일화에 동의하지 않은 병협을 제외하더라도, 이날 회의를 통해 학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아우른다는 대외적 위상과 정부와의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인상을 의사회원들과 외부에 과시할 수 있다는 명분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복지부 또한 명분을 내주면서도 진료과목에 따라 상이한 학회별 의견을 조율하는 복잡하고 민감한 과정을 의협에게 맡길 수 있고,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계획의 큰 수정이 없을 것이라는 점 또한 득으로 봤다.

이처럼 일련의 동의와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뇌·뇌혈관 MRI 검사 급여화 논의가 급진전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암초와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 논의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했다.

논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체적인 급여기준이나 수가 등을 논의해야할 자리가 정치적 협상장처럼 변질됐고, 결과 또한 의협과 복지부만 만족할 수준에 그쳤다. 실제 자리의 성격이나 방식조차 회의형식이 될지 협의체 형식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병원협회 관계자는 “논의가 원활하지 않았다. 보통 급여범위나 기준, 적응증, 그에 대한 심사방안과 보상방안, 재원추계 등을 논의해야할 자리가 너무 일반적인, 정치적인 이야기로 흘러갔다”면서 “일부 학회 참석자들이 보기에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심지어 또 다른 회의참석자는 “(실질적인 보험관련 논의가 아닌) 너무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들을 몰라 묻고 대답하는 자리였다”며 “시간이 아까웠다. 이대로라면 9월 시행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라고 회의 참석 후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7월3일 2차 회의를 시작으로 MRI 급여화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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