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령정책에 ‘의료’가 없다?

정부 고령정책에 ‘의료’가 없다?

박은철 연구소장, “복지에만 치중”… 고령자 중심 연합 보건의료서비스 제안

기사승인 2018-06-27 08:00:00

“인구의 고령화는 사회, 경제, 보건, 복지 등 국가 전반의 구조와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지만, 다수가 먼 이야기라고 인식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고령화는 미래사회의 심각한 문제이자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26일 보건의료전문가들, 특히 예방의학이나 보건정책 등을 전공한 학자들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모였다.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이하 IHSR)의 50주년을 축하하는 학술대회에 참석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보건의료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학자들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문제를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금의 문제의식과 대책은 단편적이고 단절된 접근에 그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고령사회의 보건정책 방향’을 발표한 박은철 IHSR 소장은 국내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예상보다 빨라 인구절벽에 따른 사회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정부의 고령화 관련 정책은 복지에 치중돼 ‘건강한 고령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박 소장은 “금년 3월에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7년 후인 2025년, 40%를 넘어서는 초초고령사회가 2058년에 도래한다. 반면 출산율은 1.0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구절벽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경고했다.

이어 “정부는 81년 노인복지법,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등을 제정하며 고령사회를 대비해왔다. 금년 1월에는 ‘커뮤니티 케어’라는 단어를 등장시키며 ‘선진형 복지국가’ 구축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료’라는 단어가 빠져있다”고 말했다.

보건은 없고 복지만 있다는 비난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목표이자 정책방향인 ‘건강한 고령화(healthy ageing)’을 달성하기는 요원할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문재인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고령사회 정책에서 건강한 고령화를 위한 질병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4대 정책방향은 ▶일·생활 균형 ▶안정되고 평등한 여성일자리 ▶고용·주거·교육 3대 구조개혁 ▶모든 아동과 가족지원으로 ‘노인’에 대한 언급은 없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내놓은 정책도 ▶돌봄, 복지 등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체계 강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 ▶병원 시설의 합리적 이용 유도 ▶지역사회 커뮤니티 케어 인프라 강화 및 책임성 제고로 요약되며 복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소장은 “기본적으로 질병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보건의료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고혈압, 당뇨사업이 노인 보건의료정책의 전부는 아니”라면서 “기능적 가능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노인이 불편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한 고령화 구현을 위해서는 ▶건강유지조직(HMO) ▶책임의료조직(ACO) ▶환자중심의료팀(PCMH) 등 노인(환자) 중심의 통합적 진료체계에 대한 고민과 함께 보건의료와 장기요양이 합쳐진 새로운 형태의 국가보험과 보건의료체계 구축이 시도돼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나아가 외래와 입원으로 획일화된 건강보험체계를 벗어나 선택적 주치의제도 등 환자 혹은 국민이 보건의료체계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나 제한이 없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보험형태를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불방식 또한 다양화해야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고령사회의 도래, 인구절벽의 심화라는 변화에 발맞춰 ‘고령자 중심의 연합 보건의료서비스’ 등 큰 틀에서의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체계 개혁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이를 위해서는 WHO도 언급했듯 효율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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