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PC ‘디가우징’…檢, 강제수사 돌입하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PC ‘디가우징’…檢, 강제수사 돌입하나

기사승인 2018-06-27 13:15:45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용하던 공용 PC의 하드디스크가 퇴임 직후 완전히 삭제돼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등 주요 인사가 사용했던 컴퓨터가 디가우징 됐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라며 "당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돼 추가조사가 착수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디가우징의 경위 파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PC 디가우징 시기는 지난 2017년 10월31일, 박 전 대법관의 PC 디가우징 시기는 지난해 6월 퇴임 즈음이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력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하드디스크의 모든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기술로, 삭제된 데이터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진실규명에 필요한 자료 확보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의 제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법원은 전날 양 전 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410개 문건을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아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이 요구한 양 전 원장과 행정처가 사용하던 공용 PC 하드디스크 실물은 내지 않았다. 공용 폰과 공용 이메일의 기록, 법인카드 사용 명세, 관용차 운행일지 등도 제출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하드디스크) 디가우징은 퇴임 법관 전산장비에 대한 통상적인 업무 처리 절차인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 27조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대법원의 태도를 지적하는 비판 발언이 이어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제228차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사법농단 진상규명이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며 “증거인멸로 조사를 방해할 목적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디가우징이라는 방법이 증거인멸의 의혹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다음 날 법원행정처에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요청 대상에는 관련자 컴퓨터 하드디스크, 법관 사용 이메일 및 메신저 프로그램 내용,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 관용차량 이용 내역 등이 포함됐다.

양 전 원장은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재판개입과 판사사찰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양 전 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권에 우호적인 판결을 선별, 청와대와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문건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특별조사단이 제시한 문건에는 ‘박지원 의원 일부 유죄 판결’과 ‘원세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을 박근혜 청와대에 대한 유화적 접근 소재로 이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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