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장비를 끼고 공장을 한 번 둘러보세요. 합격한다면 방금 본 공장에서 일하게 될텐데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편하게 얘기해 보세요.”
26일 두산중공업 창원본관 12층에 마련된 기술직 신입사원 채용 면접장.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이 최종 면접에 오른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후 지원 동기와 입사 후 포부, 생활신조 등 지원자의 인성과 잠재력에 대한 면접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지원자들은 모두 흰색 남방과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면접에 임했다.
두산중공업이 면접 위원들의 ‘예단’을 막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원자들의 교복 착용을 금지시킨 것이다.
초반 다소 엄숙했던 면접장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김 사장을 비롯한 면접위원들은 일방적인 질문에 그치지 않고, 지원자들의 자발적인 질문을 유도하면서 토론형식으로 면접을 이끌어 나갔다.
아울러 3D 프린터로 제작한 증기발생기 모형 등을 보여주며, 지원자들에게 미래의 산업 현장이 어떻게 바뀌고 적용될지 상상해서 발표해 보라는 이색 주문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최종 면접에 응시한 한 지원자는 "직무와 무관한 질문보다 제가 이 일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설명할 수 있어 후회 없이 면접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에도 기술직 신입사원을 선발하면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이후, 정부가 추구하는 능력중심의 공정한 채용제도 정착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에 따라 지원서에는 사진이나 학교, 가족정보, 주소 등의 항목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름과 희망직무, 직무관련 자격증만 쓸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도 규칙준수 사례나 갈등해결 방법, 직무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 등 직무와 관련된 항목만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채용공고를 통해 자소서에 학교나 가족, 출신지역 등을 알 수 있는 표현을 쓰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주의를 주기까지 했다.
이날 최종 면접에 응시한 사람은 70여 명이었다.
두산중공업은 최종 면접에 앞서 지원자 중 자소서 평가를 통해 직무에 적합한 인재 15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나흘에 걸쳐 실무면접을 진행했다.
이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직무역량 검증 위주로 평가가 이뤄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블라인드 방식으로 면접이 실시됐다. 실무면접은 지원자의 직무이해도와 태도, 기술, 지식을 평가하는 직무역량 면접과 두산그룹의 인재상에 기반한 인성과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파악하는 구조화 면접으로 진행됐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은 “대내외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기술직 신입사원의 채용을 진행했다”며 “두산중공업은 앞으로도 블라인드 채용을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능력중심의 공정한 채용제도 정착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채용에 최종 합격한 두산중공업의 기술직 신입사원들은 내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오는 2021년에 두산중공업에 입사할 예정이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