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메시지가 엇갈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를 떠나 평양에서 1박 2일 간 머무른다. 북한을 세 번째 찾는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판문점에서 진행된 북미간 탐색전 결과를 토대로 비핵화 후속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북미 협상을 주도하는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은 ‘1년 내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지만, 정작 대북 협상파인 폼페이오 장관이 이끄는 미국 국무부는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 및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면서 “북한이 협조한다면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의 ‘1년 내 비핵화’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일부 인사들(individuals)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비핵화에 대해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사실상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의견 충돌이 일어난 셈이다.
실제 볼턴이 이끄는 백악관 NSC는 최근 대북 제재 전문가 등 워싱턴 내 매파들을 영입하고 있다. 반면 국무부는 내부적으로 북한과의 종전 선언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두 기관은 확연히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이 악역을 맡고, 폼페이오 장관은 직접 북한과 협상을 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SNS를 통해 “북한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대화가 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대화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는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대 쟁점인 ‘핵 신고 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한 북측의 답변을 받아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볼턴 보좌관의 의도대로 시간표를 외부로 공개하며 북한을 과도하게 몰아붙이지 않더라도 미국의 자체적인 로드맵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 일정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 시간표가 자연스럽게 제시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