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다면 음식물을 섭취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가 없는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겪을 것이다. 더구나 생을 마감한다는 말을 ‘눈을 감는다’라고 표현하듯 시각은 삶의 거의 전부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느끼는 5가지 감각 중 시각에 의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라고 말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감각의 3분의 2를 상실하는 셈이니 그 불편함은 말할 나위 없다. 심지어 안구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안구암이나 특정 질환이 없더라도 노화가 진행되면 자연스레 근육의 탄성이 떨어져 수정체의 두께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아 시력이 저하된다. 간혹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 혹은 녹내장과 같은 경우도 발생한다.
이 가운데 백내장의 경우 노안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공개한 ‘주요수술통계’에 따르면 2016년도에만 총 153만명이 의료기관에서 빈번히 이뤄지는 33개 주요수술을 받았고, 단일로는 가장 많은 수인 36만여명(23.5%)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시행된 수술건수만 51만여건에 달한다. 2011년부터 해마다 평균 3%이상 증가하고 있다. 반면 2번째로 많은 치핵수술은 18만8000여건, 3번째인 제왕절개수술은 16만8000여건이 시행됐다. 백내장수술과 비교하면 격차가 3배가량 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백내장수술이 실제 환자보다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시력교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백내장수술은 건강보험 급여대상이지만 시력교정은 비급여이자 실손보험 보상 제외 항목이기에 백내장 진단 후 시력교정술을 시행하는 행위도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공짜 시력교정술’이라며 보험설계사와 안과의원이 손을 잡고 백내장으로 진단한 후 시력교정용 다초점렌즈를 삽입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혜택을 모두 받는 사건을 적발했다. 이어 이 같은 백내장 ‘보험사기’ 의심사례가 1만5000여건에 이르며, 보험금 120억여원이 잘못 쓰였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불법행위는 아니지만 백내장을 앓고 있으며 실손보험을 가입한 환자라면 300만원 상당의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삽입을 권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불법행위를 포함해 백내장수술이 다수 시행됨에 따라 부작용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분쟁이 접수되는 소비자원과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모두 백내장 수술 시 다초점렌즈를 삽입한 행위와 관련한 분쟁건수를 산출할 수는 없다고 답했지만, 분쟁조정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관련 분쟁이 체감적으로 크게 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백내장 수술의 증가 때문인지, 실손보험 가입환자들에게 다초점 렌즈를 은연중에 강권한 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재수술을 하는 등 분재조정을 신청하는 건수가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실손보험에 가입한 백내장환자가 안과에선 호갱(호구 고객)이 됐다고 전했다.
백내장 수술 시 근거리 혹은 중거리, 장거리 중 한 곳에서 초점을 맞춘 단초점렌즈를 삽입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돼 20~30만원 내외만 부담하면 되지만 실손보험을 가입한 환자들에게는 “모두 잘 보인다”며 500만원 상당의 비급여수술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이 관계자가 제공한 분쟁사례에 따르면 2014년 충북에 거주하는 A씨의 경우 좌안의 눈물과 이물감으로 B의원을 찾았다. 당시 나안시력은 좌안 0.4, 우완 0.5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안과를 찾은 날 백내장 초기와 중기 사이로 진단을 받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을 한 후 문제가 생겼다.
수술 후 원거리가 어른거리고 불편했으며, 사물이 안개 낀 듯 보이고 시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 결국 재수술을 통해 다초점렌즈를 제거하고 단초점렌즈로 교체한 후 안경을 착용해야 했다. 시력 또한 수술 전보다 떨어지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분쟁이 접수된 소비자원은 6개월 이상 적응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오심이나 두통, 야간 빛 번짐 등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았고, 보존적 치료가 가능했음에도 병원을 방문한 당일 고가의 수술이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설명의무 위반’으로 400만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분쟁조정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는 다초점렌즈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많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권하지 않고, 수술건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비급여행위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 이와 같은 사례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도록 관리기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백내장굴절수술학회 관계자는 다초점렌즈 삽입은 단초점에 비해 적응기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들도 있으며 부작용으로 인해 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는 만큼 충분한 설명에 바탕을 둔 환자의 선택에 의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요즘 환자들의 요구가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한숨 섞인 한탄도 함께 전했다. 백내장이 심하면 수술 외에는 별도의 치료가 불가능해 렌즈를 삽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력이 더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인데, 환자들은 시력이 좋아지는 것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수술 후 시력이 좀 떨어지거나 불편감을 느끼면 백내장 수술이 제대로 이뤄졌음에도 강한 불만을 갖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의사들이) 환자의 직업과 성격을 살피고, 다초점렌즈 안경을 사용했는지, 적응은 잘 했는지 등을 묻고 충분한 설명과 함께 수술을 권해야하며 환자들 또한 여기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결정해야한다”고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