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세월호 사찰’·‘촛불집회 계엄령’…기무사, 변할 수 있을까

[친절한 쿡기자] ‘세월호 사찰’·‘촛불집회 계엄령’…기무사, 변할 수 있을까

‘세월호 사찰’·‘촛불집회 계엄령’…기무사, 변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8-07-10 06:00:00

스포츠 경기 시작 전, 퇴역군인과 전상군인 등이 지역 영웅으로 소개됩니다.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해 환호를 보냅니다.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조직은 ‘군대’입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미국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87%는 군을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는 항상 은폐 의혹이 뒤따릅니다. 국방부의 공식 발표에도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죠. 최근 ‘군은 국민을 지킨다’는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무사가 군사력을 이용, 사법과 행정을 통제하는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퇴진행동기록기념위원회와 4·16연대, 민중공동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9일 오후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기무사는 촛불국민을 진보(종북)으로 규정하고 일부 보수진영이 계엄령을 필요로 한다는 상황 평가를 바탕으로 계엄령을 준비했다”며 기무사의 해체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기무사의 계엄령 논의 계획은 꽤 구체적입니다. 군 인권센터(센터)에 따르면 기무사는 “서울 시내에 군 병력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전사 1400명을 투입”이 기록된 내부 계획 문건을 지난해 3월 작성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기 직전입니다. 계엄군으로 동원할 부대와 병력의 규모, 배치까지 모두 세세하게 계획됐습니다. 센터는 “탱크와 장갑차로 지역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로 시민들을 진압하는 계획은 5·18 광주와 흡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무사는 방첩·방공이라는 본 업무와 맞지 않는 ‘정치개입’ 활동도 벌였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을 사찰하고 회유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수색을 종결하기 위한 설득 논리를 개발했습니다. 이외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공작’을 통해 친정권적 여론을 조성하려 한 의혹도 있죠.

계엄령 계획을 세우고 민간인 사찰, 댓글공작을 벌인 기무사.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기무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기무사는 본래는 국군 보안사령부(보안사)로 불렸습니다. 지난 1990년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윤석양 당시 이병이 탈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윤 이병은 보안사가 여·야 지도자와 민간인 등 1300명에 달하는 이들을 불법사찰한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국민적 지탄이 일자 보안사는 지난 91년 기무사로 명칭을 바꾸고 환골탈태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인에 대한 사찰이 근절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기무사가 제시한 개혁안도 큰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합니다. 기무사는 지난 5일 고강도 개혁을 통해 본연의 업무인 보안·방첩부대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사령관과 국방장관, 그 윗선에서 적법하지 않은 부당한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불가역적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죠. 다만 자체 개혁안으로 제시한 인권보호센터와 민간 인권위원회 설치 등으로는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기무사의 개혁을 위해서는 정권과 거리두기가 이뤄져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안 중 하나로 기무사의 동향보고를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기무사 동향보고는 이미 노무현 정부 때 금지됐던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와서 부활해 문제가 됐던 것이죠. 어떠한 지도자가 집권해도 기무사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정권에 따라 기무사가 흔들리는 일을 막으려면 정치중립이라는 명확한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도시에 등장한 탱크 부대. 집회에 나선 시민을 진압하는 군인들. 군의 민간인 사찰과 고개 숙인 군 장성들. 또다시 비극의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군의 업무는 정권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기무사, 그리고 군 개혁의 출발점은 ‘국가’와 ‘국민’을 지킨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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