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함유 원료의약품 관리 구멍에 불안한 고혈압 환자들

발암물질 함유 원료의약품 관리 구멍에 불안한 고혈압 환자들

식약처 홈페이지 수차례 과부하로 접속 지연…뒷북 대응 도마에 올라

기사승인 2018-07-10 00:08:00

# 어제(8일) 식약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고혈압치료제에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처방·복용·유통을 금지시켰는데 오늘 들어가보니 해제시켰네요. 식약처는 전화도 안받고, 홈페이지는 폭주로 접속도 어렵고, 더군다나 제가 먹고 있는 고혈압약은 식약처 게시판 목록에 없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주성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발사르탄이 주성분입니다. 그럼 당연히 목록에 포함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실수로 빠트린 건지 몰라도 먹으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 남편이 몇 년 전부터 고혈압과 신장이 좋지 않아 약을 복용 중이었는데 하필이면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약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고혈압을 잡기위해 먹은 약이 오히려 암까지 키우는 무서운 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얼마나 화가 나고 억울하고 어이가 없는지. 식약청 홈페이지는 마비되고 약을 바꾸라고만 하지 지금까지 복용한 그 독약과도 같은 약에 대한 피해보상 등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네요. 더군다나 이러한 발암물질이 들어있는걸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발견하여 알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을 관리 감독하는 부서 처들은 왜 있는 것인가요.


최근 일부 고혈압치료제에 사용된 원료의약품에서 위해 성분이 검출된 중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환자들은 불안감 호소뿐만이 아니라, 피해보상 및 관련자 처벌도 요구하는 상황이다. 

◎ 불안해하는 환자…식약처 홈페이지 한때 접속 지연에 ‘답답’

암 발생 위험 있는 원료의약품이 사용된 고혈압치료제가 국내에 유통, 사용된 것이 알려지자 국내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유럽의약품안전청(이하 EMA) 조치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정확한 정보 확보에 시간이 걸리고 있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식약처 홈페이지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보여주듯 과부하로 인해 접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민원을 넣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유럽에서 먼저 확인됐고, 행정조치에 들어가고 나서 실질적으로 바로 검사하고 확인한 건진 모르겠으나 또 뒷북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5년 동안 암유발 약을 먹고 있었다니. 이건 약을 만들때 당연히 성분 조사 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제 와서 발암물질이라니요’ ‘식약처에서 고혈압 약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이제 안겁니까? 대체 식약처가 하는 일이 뭔데요? 허가난 약에서 발암물질이라니 식약처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라며 선제적 대응에 나서지 못한 정부를 질타하는 내용이 많다. 

또 ‘이 성분이 들어간 약을 복용한 환자들에게 응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고혈압 환자들이 지금까지 복용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제약사와 의료계가 환자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600만명의 국민이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약을 매일 매일 복용하였습니다. 살기위해 먹는 약이 독약인 줄도 모르고’라며 위해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도 많았다.

특히 한 포털에서는 발암물질이 함유된 발사르탄 성분의 고혈압 약물 복용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발사르탄 피해자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불순물 NDMA 함유 발사르탄 사태, 시작에서 대응까지

앞서 유럽의약품안전청(이하 EMA)은 고혈압치료제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중 중국산(‘제지앙화하이’社 제조) ‘발사르탄(Valsartan)’에서 불순물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이하 NDMA)이 확인돼 검출량, 복용한 환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 중이며, 예방조치로서 7월5일자로 회수 중이라고 밝혔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한 Group 2A등급 물질이다. 1등급은 인체 발암 추정물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7일 불순물 함유 고혈압치료제 82개사 219개 품목에 대해 안전성서한 배포와 함께 잠정적인 판매중지 및 제조·수입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와 함께 동 불순물 관련 조사(원인, 발생시기 등)를 실시 중에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회수·폐기 등의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잠정 조치는 해당 제품의 NDMA 검출량 및 위해성에 대해 확인된 바가 없으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도 DUR 안전성관련 사용 중지 정보제공 및 처방조제 차단에도 나섰다. 7일 오후 9시부터 DUR(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을 통해 안내하고, 의약품유통정보쪽에서는 KPIS(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통해 공급업체가 알 수 있도록 표준코드 게시하는 한편, 약을 제공 받았을 요양기관이 업무포털에서 사용하는 약을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 조사결과, 신일·한림제약 등 54개 업체 115개 품목 회수절차 진행

9일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 ‘제지앙화하이’社가 제조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치료제 219개 품목(82개 업체)을 조사한 결과,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104개 품목(46개 업체)은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를 해제했다. 

또 해당 원료 사용이 확인된 115개 품목(54개 업체)은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를 유지하고, 회수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심평원은 식약처가 통보한 중간조사 결과에 따라 우선적으로 의약품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의약품 125품목에 대해 건강보험 약제급여를 9일자 진료분부터 잠정 중지했고, 이후 최종 판매중지 품목이 결정된 약제에 대해 업데이트 해 급여를 잠정 중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불순물 함유가 우려되는 고혈압 치료제인 발사르탄 원료 의약품에 대한 국민 불편 감소를 위해 재처방 등 조치방안을 마련, 현재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에 대해 종전에 처방 받은 요양기관에 방문하는 경우 문제가 없는 다른 고혈압 치료제로 재처방, 재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상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7월 9일 불순물 함유가 우려되는 고혈압 치료제인 발사르탄 원료 의약품로 최종 발표한 115개 품목(건강보험 급여중지 품목과 동일)이다.

또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없어 약국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의약품 교환(대체조제)이 가능한데 기존 처방 중 남아있는 잔여기간에 대해서만 가능하며, 다른 의약품(예. 당뇨약 등)과 함께 처방·조제된 경우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고혈압 치료제에 한해서만 재처방, 재조제가 가능하다. 

다만, 해당 의약품은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환불 절차는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다.

비용 청구, 정산 등은 기존 처방을 받은 병·의원 또는 약국에서 의약품의 재처방·조제, 교환시 1회에 한해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하는 본인부담금은 없다. 만약 7월9일 재처방, 조제 과정에서 본인부담금을 지불한 경우에는 추수 환불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요양기관의 비용 청구, 정산 등과 관련해서는 현장의 행정적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부 방안을 마련하여 추후 안내할 예정이다.

◎ 의료계, 책임은 정부…대체조제, 저가약 인센티브 폐지 등 주장

해당 의약품을 처방해온 의료계는 책임을 정부에게 전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대회원안내문을 통해 “고혈압 환자가 600만 명을 상회하는 이 시점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두말 할 것 없이 환자로 환자의 건강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며, 식약처의 인허가에 따라 해당 의약품을 믿고 처방한 의사들 또한 크게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태는 의약품의 원료에서 부작용까지 안전관리에 책임이 있는 식약처의 직무유기로 식약처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이 마땅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식약처에서는 현재 시판되는 모든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원료의약품의 안전성 재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행 생동성 검사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마련을 포함한 철저한 조치 ▲약효가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의사의 처방약을 임의로 대체조제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 ▲비용대비 효율성만을 추구하고 의학적 원칙은 무시한 잘못된 약가결정구조 개선 ▲보험재정 절감이라는 명목 하에 국민 생명을 담보로 시행되고 있는 저가약 인센티브제도를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의사 처방에도 불구하고 약국에서 처방과 다르게 대체 조제할 수 있으므로 처방된 의약품이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의약품 제품 목록에 없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고혈압 환자들이 본인의 실제 복용약을 진료 받는 의사에게 가져와 확인받으실 것을 권고하며, 단 한명의 환자도 더 이상 발암물질이 함유된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일이 없도록 협회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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