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망치 이어 시너까지, 의사 수난

주먹, 망치 이어 시너까지, 의사 수난

기사승인 2018-07-18 20:00:44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난동을 부려 의료인이 다치는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7월에 보도된 건만 3번째다. 주먹질과 망치질에 이어 이번엔 지팡이와 시너를 이용한 방화가 이뤄졌다.

사건은 지난 17일 오전 10시 24분 경 발생했다. 평소 H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온 74세의 환자 A씨는 이날 담당 주치의인 B원장을 향해 소지하고 있던 지팡이를 휘두르고 미리 진료실 입구 바닥에 뿌려둔 시너에 불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B원장은 머리와 등에 상해를 입었고, B원장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 C씨 또한 정수리를 가격 당했다.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 3명도 연기를 마시고 불길에 화상을 입는 등 피해를 입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B원장은 “환자 대기실에 있던 A씨가 갑자기 진료실로 들어와 방망이를 휘둘렀다. 당황스럽고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초기대처가 잘 돼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사고를 겪어보니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의료기관 매뉴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사건을 접한 경상북도의사회 장유석 회장은 18일 최경태 경산시의사회장, 안경숙 경산시보건소장 등과 함께 사건 현장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어 경산경찰서를 방문해 최석환 서장 등과 만나 의료인 폭행사고 등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예방대책을 당부했다.

이에 최 서장은 연일 발생하고 있는 의료인 폭행사건과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보다 면밀한 수사와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관내에서 일련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A씨가 폭행과 방화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경상북도의사회 등에 따르면 A씨는 2014년부터 해당 의료기관에서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질환 치료를 위해 진료를 받아왔으며 4개월여 전 혈액순환제 교체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경북의사회 관계자는 “혈액순환제를 동일성분 다른 제품으로 변경하자 약효가 잘 듣지 않는다며 당초 처방약으로 재변경을 요청해 바꿔준 것 외에는 별다른 불만이나 방화를 저지를 만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경찰에서 범행사유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A씨가 복용해온 항우울제 등도 방화와 같은 충동적 행동을 야기할 만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물은 없었으며 평소 반사회적 행동이나 충동조절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문제가 관측된 적도 없었다. 단지 2년 전 의료기관에서 소란을 일으켜 처벌을 받은 전적이 1번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만 덧붙였다.

다만, “진료실 입구에 불을 지른 점이나, 사건 2일 전 진료실 옆방의 용도나 외부로 향하는 출입구 등 의료기관의 구조에 대해 물었던 것들로 미뤄볼 때 B원장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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