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심지어 최근에도 약국에서 조제된 약을 받을 때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하루 3번,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 였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자주, 많이 들어서거나 혹은 기억하기 쉬워서 일까,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말만 기억한다. 문제는 환자들이 이 말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약사들은 ‘하루 3번, 식후 30분’이란 말을 하며 한 해에 4000억원 가량의 복약지도료를 받는다고 질타를 받고, 약사들의 복약지도가 필요없다는 폄훼에 시달린다. 환자는 ‘밥을 못 먹었는데 약을 먹어도 되는지’, ‘밥 먹고 1시간이 지났는데 약을 먹어도 되는지’ 등의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2014년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란 책을 통해 약사도, 의사도 환자도 모르는 약에 대한 이야기를 펴내며 “식후 30분에 드세요”라는 복약지도에 담긴 의미와 올바른 약 복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에 따르면 ‘식후 30분’을 강조한 복약지도는 약 먹는 시간을 명시해 하루 3끼를 챙겨먹 듯 잊지 말고 복용하라는 의미가 강하다. 물론 약 복용 후 속 쓰림 등 위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한다는 목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 소화기능에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식사 후 약을 챙겨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약은 “과거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 화학합성품인 약에 적응하지 못해 약한 위를 달래기 위해 사용되던 복용법이 상식처럼 내려온 것”이라며 “약은 꼭 식후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부터 ‘식후 30분’인 복약기준을 ‘식사 직후’로 바꿔 환자들에게 안내하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식후 30분이라는 시간을 오해해 오히려 약을 제때 챙겨먹지 못하는 경우들이 벌어지고 있어 복용법 전달내용을 바꾸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건약은 식사 직후라는 설명도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오히려 의약품 마다 약을 먹어야하는 시기가 다르고 식사와 관계없이 약품별 복용법에 따라 시간을 고르게 나눠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의약품은 인체 내에서 용해시간과 흡수율이 균일하게 이뤄지도록 설계된 만큼 하루 3번 복용해야하는 약의 경우 24시간을 3회로 나눠 8시간마다 먹는 것이 가장 좋고, 수면시간을 제외한 활동시간을 기준으로 5~6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 것도 좋다.
만약 하루에 2번 먹어야 하는 약일 경우 12시간에 걸쳐 약효가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만큼 공복에 약을 먹었을 경우 속이 불편해지지 않는다면 아침과 저녁 동일한 시간에 먹는 것이 좋고, 깨어있는 동안을 기준으로 10시간가량의 간격을 두고 약을 복용하면 된다.
다만, 식후 혹은 식전에 먹어야 하는 약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트라코나졸 제제의 무좀약이다. 이 약은 지용성 음식을 같이 먹거나 위산이 많을 때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밥 먹고 바로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당뇨약인 메트포민 제제도 식후에 먹는 것이 좋다. 금속성 맛이 나고 위장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약 복용 후의 불쾌함이나 소화의 거북함을 줄이기 위해서다. 반면 같은 당뇨약이지만 설포닐우레아 계통의 약은 밥을 먹기 전에 먹어야 한다. 식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고지혈증 치료제 중 하나인 콜레스테롤 저하제 ‘심바스타틴’의 경우 콜레스테롤 합성이 주로 이뤄지는 밤에 먹는 것이 좋고, 고혈압이나 부종을 빼기 위한 이뇨제는 수분을 자주 배출하게 함으로 아침에 먹는 것이 보다 이롭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에 쓰이는 ‘씬지로이드’는 음식물로 인해 약효가 줄어들 수 있어 식전에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
한편, 무좀약인 이트라코나졸과 고지혈증약은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이트라코나졸이 고지혈증약의 대사를 억제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이유로 철분제는 비타민C와 함께 먹는 것이 흡수율 증가에 좋지만, 자몽주스와 먹는 것은 피해야한다. 철분제뿐 아니라 혈압약 등도 자몽주스와는 함께 복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 건약은 “약은 가장 안전한 물과 함께 제시간에 챙겨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약에 따라 복용법이나 유의해야하는 복용방식 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약사의 복약지도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