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지사가 정육점에서 사업비를 사용하는 등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직원 복무기강 해이 등 기관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진흥원의 해외지사는 본원과 전산망 연결이 원활하지 아니해 지사장 전결(건당 미화 5000달러 이하의 자금) 문서를 모두 수기로 처리하는 등 투명한 예산 집행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2014년 1월13일 해외지사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목적으로 ‘해외지사 운영지침’에서 반기(半期) 기준 정산보고 조항을 삭제해 연 단위 사업비 정산만을 수행하고 있어 해외지사 사업비에 대해 제때 정산보고와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해외지사의 부당한 사업비 집행에 대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었다.
진흥원은 싱가포르지사 등 해외지사(2018년 6월 현재 미국 1개소, 중국 2개소, 아랍에미리트 1개소, 카자흐스탄 1개소, 칠레 1개소에 해외지사 운영, 영국과 싱가포르지사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각각 2017년 11월 및 12월 폐쇄)의 사업비 집행·정산 업무 등을 관리하기 위해 해외지사 운영지침을 운용하고 있으며, 진흥원의 각 해외지사는 본원으로부터 사업비를 교부받아 이를 현지에서 회의비 등으로 집행하고 있다.
감사에 따르면 진흥원 연구원 A씨는 2015년 3월2일부터 2017년 4월9일까지 싱가포르지사장으로서 지사의 운영 및 관리 업무를 총괄하면서 2015년 8월4일 싱가포르에 있는 B에서 사업비 예산으로 개인 생활용품을 구미한 후 회의 관련 비용으로 241.7싱가포르달러(이하 달러)를 집행한 것으로 처리하는 등 ‘사업비 사적 사용 명세’와 같이 2015년 8월4일부터 2017년 2월24일 동안 8차례에 걸쳐 회의비 예산 총 2189.16달러(176만4047원)를 개인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7년 4월10일자로 본원으로 발령을 받자 2017년 2월28일 본인 및 가족(3명)8)의 귀임 항공비를 지출결의하면서 2017년 4월7일 싱가포르를 출국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는 편도 항공권(2,791.07달러, 225만3203원)만을 예약 구매해야 하는데도 사적 목적(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육아휴직 후 싱가포르에서 거주할 계획)을 위해 2017년 4월22일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왕복항공권(항공운임 3,738.87달러, 301만8352원)까지 예약 구매해 항공운임을 947.8달러(76만5149원)만큼 과다하게 청구하는 등 계 3,136.96달러(252만9196원)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
당초 A씨의 싱가포르지사장 임기는 2017년 3월1일까지였으나 A가 자녀 현지학교 사정으로 임기를 연장해 줄 것을 본원에 요청해 2017년 4월9일까지 연장 결정을 통보 받았다.
또 A씨는 사업비(회의비)를 목적 이외로 사용한 것으로도 드러났는데 업무 관련자들과 업무 관련 회의가 수반되지 않는 친목 도모 목적으로 식사비를 지출할 때에는 회의비가 아닌 사업관리비 비목에서 집행해야 함에도 2016년 2월24일 업무관련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채 싱가포르에 소재한 C(정육점 연계 식당)에서 회의비 예산으로 친목 도모를 위한 식사비용 440달러를 집행하는 등 총 3차례에 걸쳐 회의비 예산 1,458.82달러(116만6896원)를 사업추진비성 경비(회의비 등) 예산 및 집행기준에 위배되게 집행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A씨는 해외지사 사업비를 부당하게 사용하고 회의비를 목적 외 집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적 사용한 사업비에 대해 진흥원에 반환(사적 용도 사용금액 252만9196원)했다.
진흥원은 감사결과를 받아들이면서 관련자를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으며, 앞으로 해외지사 주재원이 부당하게 사업비를 지출하는 일이 없도록 ‘해외지사 운영지침’ 개정을 통해 해외지사 예산의 집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A씨의 행위는 관련 지침 상 ‘해임’에 해당되지만 사적 사용금액 및 목적 외 사용금액(116만6896원)이 크지 않아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사적 용도로 사용한 금액을 전액 반환한 점을 고려해 해임보다 한 단계 낮은 ‘정직’에 해당하는 처분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