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 운반 선박이 국내 항구를 별다른 조치 없이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했던 선박들이 최근까지도 한국에 드나든 정황이 확인됐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9일 해당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를 이용해 지난해 10월 경북 포항에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른 것으로 파악된 리치 글로리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지난 4일 오전 11시58분 부산항에서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리치 글로리호는 지난 9개월 동안 최소 16차례 한국에 입행했으나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0월2일 북한산 석탄을 인천항에 하역한 스카이 엔젤호도 지난달 14일 울산항에 입항하는 등 최소 6차례 한국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 이행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 자체조사와 관련자 처벌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이미 안보리 보고서가 제공하고 있는 합리적인 증거가 있는 상황에 해당 선박들을 계속 방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는 대북제재를 확고히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관계 당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 처벌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대북제재 회피와 관련된 동향을 주시해 왔으며,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하에 결의들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며 “그러한 건들이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국 국무부는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된 것과 관련,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행동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 한국에 반입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이행할 것이 요구되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계속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