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급한 보건의료 남북교류, 큰 그림이 없다

마음만 급한 보건의료 남북교류, 큰 그림이 없다

기사승인 2018-07-25 08:40:00


427, 남한과 북한의 수장이 11년 만에 손을 맞잡고 국민 앞에서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약속했다. 공존과 평화의 시대를 향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이후 남북협력 및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급증하며 여러 분야에서 교류활성화를 위한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련의 흐름은 보건의료계 또한 빗겨가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와 한약진흥재단(원장 이응세, 한약재단)은 국회 제1세미나실과 제9간담회실에서 각각 남북교류 확대에 대비한 역할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접근은 지양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북 교류협력 확대를 주제로 의협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북한내 감염병 등 질병치료와 부족한 의료시설, 남한과 북한의 보건의료 격차와 같은 보건의료 문제들의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시설 및 장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각종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인력과 의약품 공급해야하며, 이를 위한 장비와 설비 심지어 이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기술인력까지 구축하고 지원하고 교육해야한다는데 뜻을 함께했다.

구체적으로 감염병 등 질병에 대한 공동대응 사리원 인민병원 등 북한 병원의 현대화 및 수술센터 설립 나진 선봉지역 등에 바이오·첨단의료복합단지 형성 개성공단 등에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설비 구축 의료인력 재교육, 위생방역사업 혁신 북한 주민 건강 및 질병 실태조사 수행 등의 사업이 제안됐다.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한약재단이 남북교류를 대비한 한의약 역할강화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6차 한의약보건정책포럼에서도 유사한 논의들이 진행됐다.

한의학 전문가들을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의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고려의학과 한의학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기술 및 인력 간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북한 내 다양한 생물학적 제재를 이용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례로 한의학-고려의학 연구협력확대를 위한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 한약재-고려약재 남북 공동개발을 위한 연구기반 구축 개성공단 내 남북 합작 한약재 및 침 제조공장 설립 한의학-고려의학 통합을 위한 교육 및 면허개선 방안 검토 전통의학 저변확대를 위한 유라시아센터 확대·개편와 같은 교류·협력 활성화 등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까지 거론됐다.


반면 의료계와 한의계가 구체적으로 그려가던 장밋빛 청사진에 일침을 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북한의 현실과 교류·협력의 불안함, 북한 정권의 입장과 태도를 볼 때 세분화된 계획에 앞서 상호협력에 방점을 찍는 방안이, 보다 포괄적인 분야를 아우르며 논의돼야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논의가 너무 공급자, 남한의 입장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은 수십번 북한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당장 물과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X-레이 기계는 대부분 작동하지 않고, 혈청과 혈액검사도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의사가 북한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어 속된말로 맨 땅에 해딩하는 것과 같다. 우선 우물을 파고 물자를 공급할 도로를 갖추고 질병을 이길 영양분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인적교류가 이뤄져야한다북한의사들의 손재주와 사명감은 우리보다 우수하다고 일침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전문위원 또한 지속가능한 교류협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도주의적 접근을 통한 신뢰구축과 함께 상호협력을 전제로 충분한 사전조사에 근거한 경제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방적인 지원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장은 아직 남북관계가 안정적 관계로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제적 안보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금처럼 파편화되고 분절된 원조 중심의 사업계획만 나와서는 안 된다. 보다 큰 그림에서 긴 호흡으로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한의약 분야에서도 유사한 우려들이 거론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준혁 센터장은 무엇을 할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왜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할 것이라며 지금의 남북교류 논의는 너무 공급자 중심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북쪽에서 뭘 원하는지 어떤 수요가 있는지 먼저 검토해 봐야한다고 일방적 사업추진에 대한 우려를 피력했다.


이에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보건복지부 김진숙 남북의료협력 TF팀장과 현수엽 한의약정책과장은 차분하고 질서 있게 포괄적으로라는 정책기조를 제시하며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고 일련의 제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중장기적 계획하에 점진적으로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팀장은 여러 학회와 협회, 기업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로도 많은 문의와 제안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산림, 철도, 도로가 합의됐고,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제재국면이 해제되지 않고 있다면서 일단 공동조사연구를 시작으로 교류가 개시되면 민간이나 정부차원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답했다.

현 과장도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남북이 서로 윈윈해야한다는 입장에서 우리가 어떤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지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겠다면서 한의를 넘어 보건의료, 나아가 경제산업과 환경 등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청취해 TF를 중심으로 교류를 활성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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