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린이집 교사 처우 불만스러우면 관두래요

[기자수첩] 어린이집 교사 처우 불만스러우면 관두래요

기사승인 2018-07-28 00:09:00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갇혀 한 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교사의 학대로 인해 11개월 영아가 숨졌다. 이어 20일에도 도봉구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여론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통학차량 사고와 관련해 “한 번만 확인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고 하는 등 학대를 의심하기도 했다. 특히 해마다 발생하는 아동학대와 관련해서는 ‘교사의 자질’, ‘인성’ 등의 문제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모든 사건을 교사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과도한 행정업무, 부족한 보조교사 수, 낮은 임금 등 어린이집 교사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이 각종 사건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집 교사들은 1명당 만 0세의 경우 3명, 만 1세는 5명, 만 2세 7명, 만 3세 15명, 만 4~5세 20명의 아이들을 돌본다. 업무에는 보육일지와 관찰일지, 어린이집 서류, 평가서 등 행정 업무도 포함된다. 하지만 애들을 돌보면서 서류를 작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야근도 잦을 수밖에 없다. 

휴게시간 보장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직장에서는 점심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보육교사는 그마저도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배식은 물론 식습관을 지도하고, 양치, 배변, 낮잠준비 등 기본생활습관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환경이 열악하다고 학대를 해도 되느냐. 그럴 거면 그만둬야 한다”라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힘든 것은 알지만, 그것이 보육교사의 업무라는 것이다.

사실 아이를 돌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이 3명, 5명, 15명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어렵다. 거기에 더불어 행정 업무까지 소화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울지 짐작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모든 직업에는 역할이 있고, 쉬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면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업무량이 많다면 그 부담을 줄여야 하고, 휴식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휴게 시간을 보장해주거나 그에 맞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업무 환경의 변화는 능률과도 관계가 있고, 보육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집 교사에게는 더 세심하게 아이들을 살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과 관련이 있고, 간호사 등 보건인력에게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정부도 이번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보육교사의 처우와 관련이 있다고 본 것인지,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필요 이상 과도하게 작성하는 다양한 서류들을 간소화해 보육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행정업무 자동화를 통해 보육에 전념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사고 예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 우리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들의 처우가 곧 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아쉬움이 든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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