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종업원 직권조사 나선 인권위…“또 다른 인권침해” 우려 목소리도

탈북 종업원 직권조사 나선 인권위…“또 다른 인권침해” 우려 목소리도

기사승인 2018-07-31 13:45:17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북한 종업원들이 지난 2016년 집단 입국한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직권조사에 나섰다. 북한 인권단체 등은 우려를 표했다.

지난 29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지난 26일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입국 사건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UN)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10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의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규명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최근 일부 언론에서 이들의 입국 과정에 국가정보원 외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직원이 관여됐다는 보도를 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는 “이 사건 진상과 인권침해 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고, 조사범위 확대 필요성·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 국방부와 외교부까지 전방위적으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중국 내 북한 음식점인 류경식당 종업원 12명과 지배인 1명은 지난 2016년, 총선을 닷새 앞두고 집단 탈북했다. 이들은 자유의사로 남한에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획 탈북’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5월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씨가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까지 다 데리고 들어오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그러나 직권조사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지성호 대표는 30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권 조사 결정은 법을 앞세운 또 다른 인권침해”라고 규탄했다. 그는 “원치 않는 인터뷰를 강제로 해 가족과 북한을 배신했는지 여부를 알리려고 하는 것이냐”면서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들이 ‘불안해 못 살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인권전문가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워싱턴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같은 날 VOA(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종업원들에 대한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며 “지금은 이들이 처한 상황을 존중해 조용히 있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탈북 여종업원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탈북자들이 송환될 경우에는 북측에 가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남한에 남겠다고 하면 북측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앞서 지난 8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탈북 종업원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언했을 때에도 워싱턴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 수잔 숄티 대표는 “해당 종업원들의 신상이 노출되면 북한에서 더 많은 처형과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만약 송환된다면 송환된 종업원들뿐 아니라 한국 내 다른 탈북자들도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다가오면서 탈북 여종업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 “여성 공민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물론 북남관계 앞길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내달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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