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새벽,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한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환자가 난동을 부리며 응급구조사와 간호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31일) 새벽 4시경에는 구미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틀 만이다.
확보한 폐쇄회로영상(CCTV)에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악기가방으로 보이는 검은 가방을 한 쪽으로 맨 20대 남성이 혈액샘플 등을 담아두는 철제 트레이를 들고 응급실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의사의 뒤통수를 가격한 후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사고로 전공의 김 모씨는 동맥파열로 다량의 피를 흘렸으며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어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쇠트레이를 휘두른 가해자는 의사를 폭행한 후 병원 로비를 배회하며 추가범죄를 모색, 눈에 띤 입원환자를 공격하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해자는 인근 모 대학 학생으로 당일 술을 먹고 선배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해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이 학생은 술에 취해 흥분한 상태였으며 응급실 바닥에 침을 뱉고 웃통을 벗어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피해 전공의가 가해자의 진료를 담당해 맥박을 측정하고 처치를 한 후 차트 작성을 위해 자리를 옮겼고, 환자가 갑자기 전공의를 가격했다고 전했다. 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인 최승필 교수는 “경찰 출동이 10초만 늦었어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경찰도 위협을 느껴 테이저건을 겨냥하며 수갑을 채웠다”고 당시 상황을 부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31일 오전 전주지역 응급실 주취자 폭생사건으로 3개 단체 공동성명을 낸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또 같은 사건을 전해 들었다”면서 “의료기관 폭력근절을 위해 의료계가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외쳐도 여전하다.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하게 촉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