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온열질환을 앓은 환자가 35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43명은 조기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었다. 이처럼 폭염이 계속될 때일수록 체온조절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방학기간인 요즘은 한낮에도 쉼 없이 밖에서 뛰어 노는 어린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신체 변화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아는 어른에 비해 몸에 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열을 배출하는 것은 더 힘들어 온열질환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는 “온열질환이 열사병 등으로 발전하면 중대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 폭염이 지속될 때면 어른보다 아이들의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아, 성인보다 열 많지만 배출은 어려워
온열 질환은 우리 몸이 스스로 냉각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몸에 열이 가해질 때 발생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 기본적인 신진 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고, 체중 당 체표면적비가 높아 고온의 환경에서 열 흡수율은 높으면서 땀 생성 능력은 낮아 열을 배출하기 어렵다. 또, 생리적 적응 능력도 떨어져 성인보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열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고온에 노출되면 호흡 빨라지고 어지럼증 올 수도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정맥 내 혈액이 정체돼 어지러움, 기립성 저혈압 및 실신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들이 더운 환경에서 뛰어 놀다보면 다리나 복부의 근육에 경련이 발생해 심한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또 호흡이 빨라지고 과도한 호흡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배출된다.
이렇게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호흡곤란, 어지럼증, 손과 발이 저리면서 마비되는 느낌, 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중심체온은 40도까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체온이 너무 높아지지 않는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 온열질환 방치하면 탈진, 열사병으로 발전도
만약 온열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한다면 열 탈진, 열사병 등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소아는 중증질환에 따른 증상이 성인보다 심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열 탈진은 중심체온이 37도 이상, 40도 이하로 증가하면서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증상이 있다.
또 땀을 많이 흘리고 창백하거나 근육경련, 경미한 의식 혼미, 중등도의 탈수 증상도 보인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전해질 불균형도 발생할 수 있고, 일부 열사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을 잘 확인해야한다. 만약 아이가 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야외 활동을 중단하고 그늘이나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 냉방상태의 차량 등 시원한 곳으로 이동시켜야한다. 또 외투 등 더운 옷을 벗기고 전해질이 함유된 스포츠 음료 및 찬 음료를 마시면 대부분 금방 회복될 수 있다.
◇ 구토와 설사, 열사병 증상… 응급처치 필요
하지만 장시간 뜨거운 환경에 노출된 아이가 발작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열사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의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몸의 온도가 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열사병으로 진행되면 중심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성인보다 더 중대한 신경학적 증상인 발작, 정신 착란, 환각, 운동 실조증, 구음 장애, 혼수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열사병은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의식이 저하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온열질환, 예측과 예방이 중요..6가지 생활수칙은?
무엇보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 특히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뛰어노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성훈 교수는 “초반에 아이의 증상이 가볍다고 무시하면 열 탈진, 열사병 등 중증 온열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면서 “아이의 체온을 수시로 체크하고 물을 수시로 마시게 하는 등 체온과 수분관리를 꾸준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소중한 우리 아이를 폭염으로부터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6가지 생활수칙을 당부했다.
첫째, 폭염일 때는 야외활동을 삼가고, 둘째, 무더위 속 야외활동이 불가피하다면 자외선 차단 대책을 마련한다. 셋째, 아이가 갈증이 나지 않아도 물을 수시로 마셔 몸속 수분을 유지하고 넷째, 두통, 어지러움, 구토 등 온열 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다섯째, 증상이 심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원한 곳을 옮긴 후 옷을 풀어 느슨하게 하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내린다. 여섯째, 만약 의식이 없다면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물이나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