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막는 경동맥협착증, 뇌경색 경고등
우리 몸 안의 모든 장기는 심장에서 나온 혈액 속의 에너지를 공급받아야만 역할을 할 수 있다. 뇌의 무게는 전체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나온 혈액의 20%가량이 뇌로 공급된다. 그만큼 뇌는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중요한 장기다.
경동맥은 심장에서부터 나온 혈액이 뇌로 갈 때 지나가는 곳으로 뇌와 심장을 이어주는 보급로라 할 수 있다. 보급로가 차단된 전투는 반드시 패배하는 것처럼 경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동맥협착증은 경동맥에 발생하는 이상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최근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경동맥협착증 환자 수는 2012년 3만2000여 명에서 2016년 6만1000여 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동맥협착증에 대해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 김민지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혈관벽에서 떨어져 나온 색전이 뇌혈관 막아 뇌세포 죽으면 뇌경색= 경동맥협착증은 낡은 파이프에 찌꺼기가 껴 파이프 안이 좁아지는 것과 같다. 이런 과정의 원인은 대부분 죽상동맥경화다. 혈관 안쪽 벽은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다. 특히 고혈압으로 혈류 압력이 강한 사람들은 혈관 안쪽 벽에 상처가 생기기 쉽다.
약해지고 상처가 난 혈관벽에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칼슘 등이 쌓이면 혈관벽이 점점 좁아지는데, 이것이 죽상동맥경화다. 죽상동맥경화가 진행되면 혈류 흐름이 방해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쌓여 있던 부스러기(색전)가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뇌혈관이 막혀 혈액공급을 받지 못한 뇌세포가 죽는 것이 바로 뇌경색이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의 기능이 중지되는 뇌졸중의 일종으로 ‘허혈성 뇌졸중’이라고도 한다. 전체 뇌졸중의 약 80%가 뇌경색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그 원인의 대부분은 혈전이다.
◎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아=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뇌경색은 이미 발생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한 일환으로 경동맥 검진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경동맥협착증은 경동맥 초음파로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다. 경동맥협착증의 유무 여부와 진행 정도는 필요에 따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이용한 경동맥 조영술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동맥협착증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죽상동맥경화의 위험인자 중 조절 가능한 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철저히 관리하고 금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경동맥 초음파 검사에서 경동맥협착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혹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경동맥협착증 환자에게 항혈소판제 치료가 권장되기도 하며, 최근에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이미 생성된 경동맥 병변을 안정시켜주는 고지혈증 치료제 복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정도가 심한 중등도-중증의 무증상 경동맥협착증 환자들은 뇌경색 예방을 위해 경동맥 내막절제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나 혈관성형/스텐트 설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 경동맥 관리는 뇌 건강의 지름길= 현대의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었다. 정기적인 위, 대장 내시경 검진은 위암, 대장암, 직장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치를 도모할 수 있게 해줬고, 자궁경부암 백신은 주사를 통해 암을 예방할 수 있게 해줬다.
뇌경색 또한 하나하나 예방법을 찾아가며 정복해 나가는 중이다. 물론 경동맥협착증 하나에 대한 주의가 뇌경색을 완전히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실행 가능하고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 경동맥 검사와 위험인자 관리다. 뇌와 심장을 이어주는 보급로인 경동맥 관리로 뇌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