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난항이 예상됐던 뇌·혈관 MRI 급여화 논의가 예정대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다음 주 중 마지막 6차 회의를 갖고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순탄치는 않았지만 마지막 문턱만을 남겨놓은 셈이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와 정부에 대한 의사회 내부 반발이 격해지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보건복지부 등 뇌·혈관 MRI 급여화 협의체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급여기준과 관련수가가 제시됐고, 일정부분 이상의 교감이 이뤄졌다. 남은 것은 급여화로 인한 의료기관의 예상피해액 보상기전과 세부적인 사항들의 조율 정도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정리하면 정부는 학회가 제시한 급여기준을 최대한 수용하며 기존 관행 수가보다는 20~30% 낮은 수준의 행위수가를 인정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다만, 급여청구 과정에서 50%만 인정된 2~3차 촬영수가를 75~100%로 높이는 안이 검토됐다.
기존 ‘장비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수가구성을 개편하기 위한 방편과 맞물려 10~15%에 그쳤던 의사 판독료를 30%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공감대를 얻었다. 장비의 성능과 영상품질 등의 차이도 일부 인정해 그 수준에 따라 수가를 차등해 가산하는 것도 논의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뇌혈관MRI 급여화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액 규모를 400억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수가 개편을 통해 200억원 가량을 보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사람중심의 수가가산 등을 통해 나머지를 맞추기로 하고 그 방안을 최종회의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뇌·혈관 MRI 급여화 관련 최종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이 문재인 케어와 이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표출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아직 여러 쟁점이 있어 회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가 내놓은 수가도 처음 (의협이) 제시했던 수가에 한참 못 미치는데다 보상기전도 부족해 이대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고사하는 개원가들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대형병원들의 경우 검사를 기다려서 하는 등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경우들도 있어 제시된 수가만으로도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지만 가동률이 떨어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본인부담 80%에 이르는 예비급여가 어떻게 보험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100만원 중 80만원을 부담하라는 것은 보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건강보험의 원칙, 사회의 원칙,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등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예비급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과 함께 문재인 케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합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합의 불발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며 “의사협회에서 일부 반대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추이로 볼 때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며 원만히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낙관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 또한 “현재 대부분의 합의가 이뤄졌고 세부조율만 남은 상황에서 의협이 문재인 케어나 예비급여를 문제 삼아 이번 협상을 깨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빈약한 반대논리를 때 쓰기 식으로 관철하려는 행태는 기본적인 협상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의협의 이 같은 모습을 두고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대집 집행부가 의사사회 내부정치에서 벼랑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존의 노선과 의지를 다시금 내세워 정치적 지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그는 “강경투쟁과 문재인 케어 저지 등을 내세워 회장에 당선된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가 지금까지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해 내부여론이 ‘약해졌다’는 등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기존의 정치적 인식 때문에 지금의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회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적 입장(스탠스)이나 회원에게 했던 이야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방향을 선회하지만 여전히 회원의 이익을 적극 대변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해를 구하는 것이 용감한 태도”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