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알약을 못 먹는데 어떡하죠”…구강질환 때문?

“아이가 알약을 못 먹는데 어떡하죠”…구강질환 때문?

기사승인 2018-08-24 04:00:00

“저희 아이가 알약을 못 먹는데 어떡하죠?” “제가 알약을 잘 못 삼켜요.”

선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강나라 원장은 환자에게 항생제나 진통제를 처방할 때 이 같은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강나라 원장에 따르면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원인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이 3가지 모두 구강질환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유아기(만 1세부터 만 6세까지) 방식으로 침을 삼키는 모습이 계속되는 연하장애, 혀의 운동이 제한되는 혀유착증, 숨을 입으로 쉬는 구(입)호흡이 대표적 원인라고 하는데 연하장애, 혀유착증, 구호흡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 유아기식 침 삼킴 계속되면 치료 시작해야= 정상적인 구강 구조에서 침을 삼킨다면 입술을 다물고 혀를 혀끝부터 입천장에 댔을 시 후두부(머리 뒷부분)가 위쪽으로 살짝 이동하게 된다. 이때 ‘꼴깍’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유아기에 침을 삼킬 땐 혀가 힘없이 늘어진 채로 입술만 움직이면서 그 반동으로 침을 삼키게 된다. 아이들이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현상은 아이가 초등학생 시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지는데, 유아기가 지난 지 한참 됐는데도 유아기 삼킴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흔히 연하장애 또는 삼킴곤란이라고 한다. 일상에서는 입에서부터 위까지 음식물이 잘 안 내려가며 음식물 섭취 시 목이 막히는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물을 삼킨 뒤 기침을 하기도 한다.

연하장애는 많은 경우 약물치료와 함께 구강운동, 구강인두운동, 후두운동 등 연하운동(입속에 있는 음식물을 삼키는 신체 운동)으로 치료될 수 있다. 음식물을 섭취할 땐 입안에 달라붙은 끈끈한 음식과 딱딱한 음식을 되도록 피하고, 무른 음식물 위주로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짧은 혀 ‘혀유착증’…얼굴뼈 성장에 영향 줄 수 있어= 입을 최대로 벌린 길이를 측정한 다음, 혀를 입천장에 대고 입을 최대한 벌린 길이를 측정해 보자. 2번째 순서에서 잰 길이가 1번째 길이의 50% 이하인 경우를 혀유착증(Ankyloglossia, Tongue Tie)이라고 한다. 

흔히 ‘혀가 짧다’고 표현되는 바로 그 질환인데 설소대 단축증이라고도 한다. 설소대는 혀 아래 부분에서 혀와 입의 바닥을 연결하는 부분으로 설소대가 짧으면 혀가 윗잇몸과 입천장에 잘 닿지 못하는 등 혀의 움직임이 제한된다. 혀의 운동 범위가 좁다 보니 리을(ㄹ), 쌍시옷(ㅆ), 치읏(ㅊ) 등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혀유착증은 크게 전방혀유착증과 후방혀유착증 2가지로 나뉜다. 전방혀유착증이라면 설소대가 혀의 움직임을 방해하는지 여부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후방혀유착증은 원인이 이설근(아래턱뼈와 혀를 연결하는 근육)에 있는 경우 진단이 쉽지 않다. 혀유착증은 수유, 삼킴, 상악골(위턱 부분에 있는 1쌍의 뼈) 성장, 얼굴 성장에 영향을 준다.

혀유착증을 수유기에 발견한 경우엔 레이저를 이용한 설소대 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다. 성장기에 발견했다면 설소대 절제술과 근기능 치료를 함께 실시해 치료할 수 있다. 신체 성장이 완료된 시점에서는 설소대절제술, 근기능 치료 외에도 저성장된 상악골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상악골확장술을 이용할 수 있다. 상하악부조화가 심하다면 신체 성장이 끝난 후 수술적 방법을 이용한 교정 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 구호흡은 얼굴 변형 유발할 수 있어…아이 구호흡 발견하면 치료 서둘러야= 코로 숨을 잘 쉬지 못해 입으로 숨 쉬는 것을 구호흡이라고 한다. 비염으로 항상 코가 막혀있거나 편도 및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있어 구호흡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구호흡은 얼굴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 눈 밑이 꺼져 다크서클이 생기고 턱이 무턱처럼 변형되며 치아배열도 들쑥날쑥 비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구강 구조로 변할 수 있다. 외관상 어수룩해 보여 서양에서는 바보를 뜻하는 비속어로 ‘mouth breather(입으로 숨 쉬는 사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선 ‘소아기의 코수술(하비갑개 제거술, 비중격수술 등)은 안모(얼굴 모양)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시행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아이가 구호흡을 한다면 안모성장장애 예방을 위해서라도 주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상담 받는 것이 좋다.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치과에 내원해 근기능교정장치(MRC)를 착용하거나 수면센터에서 상담 후 수술 치료를 받으면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상악골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장치(RPE)를 사용해 향후 안모 성장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줘야 한다. 성장이 종료된 시점 이후에는 수술교정 및 근기능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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