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봉침 쇼크 환자, 가정의학과 의사에 소송 건 사연은?

한의원 봉침 쇼크 환자, 가정의학과 의사에 소송 건 사연은?

유족 측 "응급상황 갔다면 보증인적 지위..책임있어" VS 의사협회 "물에 빠져 도와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니"

기사승인 2018-08-30 01:00:00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쇼크사한 환자의 유족이 응급치료를 도왔던 인근 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단체가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소송”이라며 “즉시 취하돼야 하며, 관련 법률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망 환자 A(38)씨는 지난 5월 경기도 부천시 모 한의원에서 봉침(벌침) 치료를 받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지난 6월 초 숨진 바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A씨 유족이 해당 한의사를 고소하면서 응급처치를 도운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함께 고소해 9억원대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것.

의사협회 등에 따라 상황을 조합해보면, 당시 시술한 한의사는 A씨에게서 쇼크 반응이 나타나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B씨에게 응급처치 등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B씨는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한 것.

A씨 유족 측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도 '응급의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유촉 측 대리인인 신현호 해울 변호사는 “처음부터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응급상황에 갔다면 보증인적 지위가 있다”며 “직접적인 불법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한의사를 도와주러 갔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일반인에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의사협회는 “생명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한 의료 활동에 대해 과실여부를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응급구조를 위한 의료 활동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을 경우 책임을 면제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물에 빠져 도와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해당 가정의학과 의사는 비록 환자를 살리지 못했지만, 선량한 의도인 만큼 법적 책임을 지게 할 경우 위험에 빠진 이웃을 돕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김 법제이사는 “보증인적 지위, 즉 관여했으면 책임지라는 법리는 일반인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길에 쓰러진 사람을 돕지 않고 지나치는 것은 올바른 시민행동이 아니고 돕는 것이 옳다. 그러나 도왔을 경우 문제가 생기고,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면 어느 의사가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를 하겠느냐”며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사협회와 전국 13만 회원은 의료기관외 응급의료에 대한 소송이 제기된 금번 사건의 진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협회는 피해 의사와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며, 법률적 자문지원이나 변호사 선임비용 등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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