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난히도 긴 폭염으로 인해 식탁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며 간 질환 등 면역기능이 낮은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Vibrio vulnificus,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된 어패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브리오균은 1차적으로 이 균을 가진 새우, 조개 등의 어패류가 피부상처에 직접 닿았을 때 감염되지만 날 것으로 먹거나 혹은 덜 익혀 먹을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올해만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환자가 28명이 발생했고, 이중 3명은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같은 비브리오패혈증 환자의 수는 2013년 56명(사망자 31명), 2014년 61명(사망자 40명), 2015년 37명(사망자 13명), 2016년 42명(사망자 14명), 2017년 43명(사망자 22명) 등 최근 5년간 평균 47.8명이 감염됐고, 이중 평균 24명이 사망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폭염과 태풍, 이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은 비브리오균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균은 일반적으로 해수온도가 15℃이상으로 올라가는 5월부터 생기기 시작해 수온이 가장 높은 8월부터 10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올해는 3월에 여수에서 비브리오균이 처음 검출됐고, 6월에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어폐류의 섭취에 의한 발병과 함께 해안에서 조개껍질이나 생선 지느러미에 긁혀 생긴 상처를 통해 바닷물에 있던 균이 침입해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 새우 꼬리에 손가락이 찔린 주부가 비브리오 패혈증 쇼크로 사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창상감염형은 상처 부위에 부종과 홍반(붉은 반점)이 발생하고 점차 수포(물집)성 괴사가 생긴다. 잠복기가 12시간이지만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이 없는 성인의 경우는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외과적 치료를 하면 대부분 회복된다.
그 외에도 간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이 오염된 해산물을 익히지 않고 날 것으로 먹었다가 비브리오균 자체로 인한 1차적 패혈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급작스런 발열, 오한, 전신 쇠약감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가 구토와 설사 증상도 생긴다.
잠복기는 16시간에서 24시간으로, 30여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 환자의 피부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데 사지, 특히 하지에 부종, 발적, 반상 출혈(피부에 검보랏빛 얼룩점이 생기는 피하출혈, 멍), 수포, 궤양, 괴사 등의 증상이 발생하므로 이럴 경우 해산물을 섭취했는지를 확인하고 즉각적인 병원 진료를 받아야한다.
이 균 자체가 주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잘 감염되는데다 만성 간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치사율이 무려 4~50%에 이르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 증상이 심해지면 쇼크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 회복이 매우 힘들고 발병 후 48시간 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1주일 이내에 제대로 익히지 않은 해산물이나 어패류를 먹었거나, 해안가에서 낚시를 하는 등 바닷물에 접촉했거나, 어패류를 손질하다가 상처가 난 후 이상 증세가 발생했다면 당장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간 질환자, 알콜중독자,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부신피질호르몬제나 항암제 복용중인 자, 악성종양, 재생불량성 빈혈, 백혈병 환자, 장기이식 환자, 면역결핍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브비르오 패혈증이 발병하면 치사율이 5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수칙을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본부가 강조하고 있는 비브리오 패혈증 예방 수칙은 ▶충분히 익혀 먹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바닷물에 접촉하지 말고 ▶어패류 관리 및 조리에 주의해야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패류는 5도 이하 저온에서 보관하고, 조리시에는 장갑을 착용한 후 흐르는 수돗물에 깨끗이 씻고 85도 이상에서 해야하며, 요리가 끝난 후에는 도마와 칼을 반드시 소독하라고 권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