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시위진압과정에서 물대포를 맞아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후 사망한 故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지난 21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 이하 진상위)는 故 백남기 농민의 치료과정에서 경찰과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고, 서울대병원에서의 갑작스런 수술과정이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의료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학적 판단에 앞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술이 이뤄졌다는) 결론은 부적절하다”면서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윤리성을 짓밟으며 모독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30일 발표했다.
근거로는 2가지를 들었다. 먼저, 의사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로, 의사의 존재이유이며 가장 기본적인 윤리의식이며 의사들은 이를 지켜나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자문위의 결론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현장에서 의학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 또는 다른 목적을 우선시해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의사 1명의 윤리성을 짓밟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13만 의사에 대한 모독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둘째,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영역으로 치료에 대한 판단은 환자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주치의의 고유권한이며, 이 판단의 적절성을 논하더라도 여러 전문가의 논의를 거쳐야하지만, 진상위에서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고인이 수술을 집도한 백선하 교수가 언론을 통해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며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힌 내용을 언급하며 진상위에서 전문가에 대한 존중이나 제3의 전문가 검증 없이 정치적 판단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감행했다고 발표한 것은 주치의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진상위가 주치의의 수술결정 배경에 대해 불필요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찰과 청와대의 개입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진상위를 성토했다.
이어 “진실을 밝히는 위원회가 전문분야에 대한 기초적 상식이나 존중 없이 오히려 자의적인 해석에 기인한 정치적 판단의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유감의 뜻을 표하며 “진상조사 결과발표라는 이름하에 일방적인 추측성 발언으로 의료인의 사기를 꺾고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며, 국민과 의료인간 신뢰관계를 저해시켰다”며 즉각적인 사과도 촉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