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위치한 O치과의원. 2012년 개원한 이곳에 최근 이상한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처음 개원했던 여자원장은 보이지 않고, 2015년 합류한 남자원장이 어느샌가 대표원장 직책으로 홀로 진료를 보고 있었다. 이 치과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여 원장 A씨가 치과를 개원할 때부터 근무했다는 제보자에 따르면 지금의 대표원장인 남 원장 B씨가 치과에 근무를 시작한 것은 2015년 3월 1일. 교정을 전문으로 하던 A원장이 3년여간을 운영하며 환자가 크게 늘었고, 혼자서는 운영이 힘들다는 판단에서 보철전공인 B원장을 고용했다.
문제는 1년 후인 2016년 3월 벌어졌다. 당시 월급을 받는 봉직의 신분이었던 B원장이 동업을 제안했다. 만약 동업을 하지 않겠다면 나가겠다며 뜻과 함께였다. A원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B원장에게 익숙하거나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A원장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B원장은 동업을 위한 자금 1억8000만원과 개인적인 채무 1억6000만원, 주택임대료 등을 이유로 5억원을 은행에서 빌려야하는데 이자를 낮추려면 공동명의보다는 단독명의가 좋다며 A원장을 설득했다.
이에 A원장은 동업계약서를 작성하고 치과의 명의를 B원장 앞으로 돌렸다. 실수였다. B원장은 이후 진료영역문제를 시작으로 A원장의 행동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2017년 동업해지를 요구하며 1억2000만원을 가지고 퇴거하라 고지했다. 자신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니 A원장이 나가라는 것.
B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A원장은 반발했고, B원장은 지난해 4월 성남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여성인 A원장이 B원장 소속의 여성위생사를 몰래 촬영했다거나 사문서를 위조했다는 등의 혐의를 씌워 A원장을 고소고발에 시달리게 했다.
A원장이 퇴근하면 진료실에 집기를 쌓아놓고 쓰레기장 혹은 창고처럼 만들어놓는가 하면, A원장 아래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자진해 그만두도록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버티다 못한 A원장은 지난 6월 27일 치과를 관뒀다.
이에 제보자는 “한마디로 A원장이 당했다”면서 “손쓸 도리가 없었다”고 답답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기에 A원장에게 월급을 받아왔던 제보자 본인 또한 사업주라는 이유로 문자와 전자우편으로 6월 5일 해고통지를 받고 실업자가 됐다고 밝혔다.
A원장의 손발을 자르기 위해 자행된 부당해고에 제보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곧 철회해야했다. B원장이 고가의 변호사를 선임했고, 담당 노무사가 문제해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B원장은 A원장의 퇴사에 대해 사전고지나 상의가 없이 일방적이고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라며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사전에 아무런 말고, 상의, 협의도 없이 6월 27일 새벽에 병원에 나와 본인이 사용하던 교정기구 등을 모두 가지고 사직서 한 장과 본인이 퇴사한다는 배너 세워놓고 사려져버렸다”면서 “A원장이 고용했던 교정팀 위생사들도 같이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어 치과가 쓰던 전화번호를 무단으로 해지한 후 환자에게 저희팀(보철팀)이 전용으로 쓰는 연락처를 알려주며 단체문자를 보냈다. 평균 20~30명을 보던 A원장이 예약도 하루에 3~5명만 잡아놓고 나갔다”고 전했다.
덧붙여 “내원한 교정 환자들이 A원의 퇴사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환자들에게 아무런 사전고지 없이 무단으로 병원을 관두고 나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현재 교정환자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소식을 접한 한 치과계 관계자는 “사건을 면밀히 봐야겠지만 들은 바대로라면 사업주를 넘겨준 상황에서 계약서가 있다고는 해도 다툼의 여기자 생기는 만큼 마음 약한 원장이 일종의 사기를 당한 경우로 보인다”면서 “작정하고 치과를 빼앗은 사례”라고 봤다.
이어 “치과의 경우 환자를 볼모로 하기가 일반 의료기관보다 더욱 쉽다”면서 교정치료를 예로 들며 “수년의 치료기간이 소요되고 의사에 따라 생각하는 교정방향이나 계획이 다를 수 있고, 치아의 특성상 중간에 방향을 틀거나 수정하기가 쉽지 않아 환자피해가 크다. 이를 악용해 부당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