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장기 이식의 결실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미온적 태도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단장 박정규, 이하 사업단)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사업단은 무균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왔고, 임상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다.
박정규 단장은 “돼지의 췌도를 분리해 이식하는 것은 만성질환인 당뇨병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며 “장기 부족이 가장 큰 현재의 장기이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사업단은 수차례의 연구와 영장류 등의 동물실험을 거쳐 전임상실험에서 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WHO는 이종장기이식과 관련해 국내 관련법을 따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이종이식 관리 규제가 전무한 실정이다. 박 단장은 “미국과 일본 등과 달리 우린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제 기준에 맞게 적절한 규제가 있는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없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공청회를 열고 국민들과 환자, 언론을 초청해 사업단의 목표를 알리고 의견을 구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6일에는 세계이식학회 산하 국제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회와 미국 FDA 관계자를 초청, ‘이종이식 임상시험 국제전문가 심의회’도 열 예정이다.
‘규제 철폐’ 목소리가 높지만, 이들이 되레 정부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 사업단의 권복규 교수는 “이종이식은 평생에 걸쳐 추적 관찰해야 하는데, 이를 맡을 기관과 법적근거가 필요하다”면서 “수년전 법개정을 실패했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을 요구했지만 뚜렷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렇듯 보건당국이 소극적 태도에 대해 사업단 관계자는 “과거 황우석 사태를 기억해보라. 사업단은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정부의 통제를 받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유보적인 태도는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복지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지만, 복지부는 규제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았다. 이종이식법안도 사실상 시행되고 있지 않다. 식약처도 의료기기법과 약사법에 벗어나는 만큼,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한다. 식약처의 답변을 10년 동안 기다렸지만 돌아온 건 ‘관련 부서를 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사업단 관계자의 말)
그러나 보건당국도 할 말은 있다. 무균 돼지의 췌도 이식이 미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 그러나 사업단은 이미 돼지 췌도의 사람이식은 수십 년 전부터 해왔으며, 데이터 신뢰도가 낮은 췌도 이식조차도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사업단은 엄격한 통제를 거친 돼지와 충분한 면역억제제를 통해 국제기준을 만족하는 최초의 시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업단의 주장처럼 정말 이종장기 이식은 안전할까?
박 단장은 “우리가 추적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안전성 확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더 이상 할 것은 없다. 안전성에 대한 조건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